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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비평

학교를 확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

1. 직영으로 운영하는 친환경 좋은 먹거리 급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가 압도적인데도 서울에서는 대부분의 학교가 법적 직영급식 전환 시한을 넘기며 질낮은 식재료와 높은 식중독 사고를 안고 있는 위탁급식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

2. 1억에 가까운 돈을 들여 학교 방송 시설을 새로 했는데 방송은 여전히 문제가 많다. 시험기간 중에 듣기평가 방송 사고도 여전하고 어디서 무엇이 문제인지 알수도 없고 시설을 한 업자도 AS를 할 생각도 하지 않고 버팅기는데 교장은 별 말이 없다.

3. 교사가 학생들의 수업시간에 사용할 학습지 인쇄를 깐깐하게 제한하거나 학급활동을 위해 간식을 구매하는데 책정된 눈꼽만한 예산은 교사를 기분나쁘게 만들어서라도 아끼면서 학교에 공사판은 쉽게 벌이고 그것도 모자라 적정가 이상의 지출에 품질은 날림인 시설물만 남겨 나중에 처치가 더 곤란한 결과가 남아도 상부의 감사도 없고 누구하나 책임지는 이도 없다. 

위에 서술한 사례들은 학교에서 오늘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문제들의 일부일 뿐이다. 전국적으로 쓸데없이 낭비되는 예산과 이를 둘러싼 상식적인 교사와 관리자간의 갈등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피해로 귀결된다. 왜 이런 문제들이 도대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인가?

나는 현재 우리나라의 교장 시스템 때문이라고 본다. 교육적 전문성과 철학보다는 상명하달에 복종해야만 교장이 될 수 있는 승진 시스템, 거기서 양산되는 전문성과 도덕성과 자질이 떨어지는 교장들, 그 교장들이 거의 100% 독재적으로 전권을 휘두르는 학교 의사결정 체계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리와 비교육과 비민주 등의 반가치들이 교장들 사이에서 피치못할 것으로 당연스럽게 여겨지거나 심지어 그들의 권리인양 인식되기도 한다.

최근에 이런 교장 선출 방식과는 다르게 선출된 교장들이 생겼는데, 바로 교장공모제를 통해 선출된 교장들이다. 아직은 매우 적은 수이지만 이들이 간 학교들은 학생, 학부모들의 교육만족도가 다른 학교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왜 그럴까?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첫째, 그들은 교육적 전문성과 교육 철학을 더 중요시하고 불편부당한 행정적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조건에 있다. 행정시스템에서 임명하는 교장이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만족도 등을 토대로 직접 뽑은 교장이기 때문이다. 둘째, 승진을 위한 점수 경쟁보다는 헌신적인 교육활동과 교육철학의 구현으로 성과를 낸 분들로 교육적 전문성과 자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세째, 학교 구성원의 힘을 민주적으로 모아 참여시키고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이 운영하는 학교는 우선 같은 예산으로도 훨씬 좋은 시설과 훨씬 풍부한 교육자료를 활용한다. 임명 교장들의 이상한 권리(?) 실현보다는 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수천만원 들어갈 시설을 이리저리 수소문하여 불과 수백만원에 훨씬 좋은 시설로 설치한다든지, 두세배 주고 들여오는 대기업 PC도 반 가격 이하 중소기업 PC로 들여오는 등은 실제 대부분의 학교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는 '극히 상식적인 경제원리 실천하기'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런 분들은 교육주체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헌신을 이끌어낸다. 전교직원이 밤에 마을로 직접 찾아다니며 이동 학부모회를 연다거나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적 대안을 수립하기 위해 밤 늦도록 자발적으로 일하는 사례들이 기사로 드러나곤 한다. 대체로 민주적 리더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의 자주성을 보장하고 마음껏 교육활동을 하도록 지원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교사들도 신바람이 나서 본연의 헌신성을 발휘하게 된다. 뭘 좀 해보려고 의욕을 내다가도 교장이 이런저런 상부지시 운운하며 기를 꺽거나 예산 문제로 기분 상하게 하면 내가 뭐하러 힘들여 이런 일을 하나 하며 자포자기해버리는 일반 학교의 경우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학부모, 학생과도 마음을 연 의사소통이 잘 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들이 보다 쉽게 풀리고 협조도 더 순조롭게 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교장공모제는 그 방식이나 규모에서 보다 크게 열리지 않고 있다. 교육보다는 상명하달의 행정을 중요시하는 정권과 교육관료, 기득권을 실현하고 사수하려는 기존 교장들과 그 대기자들의 완강한 저항 때문이다. 이런 저항을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가? 언제까지 21세기 아이들의 교육을 19세기 교장들이 책임지게 할 것인가?

나는 우리 교육, 우리 학교가 획기적으로 바뀌려면 외부 공모 교장을 넘어 내부에서 선출된 교장의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영혼을 팔지 않음으로 교장 자격을 얻지 못한 훌륭한 교사들이 교장이 될 길을 크게 열어야 한다고 본다. 하루 종일 공사판 벌일 생각, 업자, 교육청 관료나 지역 정치인 만나기, 그래도 시간나면 자주적인 교사 괴롭히기나 하며 시간이 남아 걷도는 그 어떤 임명직 교장보다는 모든 교육 주체들의 중지로 선출되어 수업도 하고 생활지도도 하고 학부모와 학생과 만나 의사소통하며 참다운 교육철학을 실천할 교장, 임기 후에는 다시 평교사로 돌아가 교육 활동에 계속 전념하는 그런 멋진 교장을 한번 보고 싶다. 그래서 위에서 제기한 사례들이 더 일반화되면 기존 임명직 교장들도 더이상 바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정말 자신감이 있다면 새로운 교장 선출 방식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한번 새로운 방식으로 선출된 교장들과 교육적 성과를 놓고 겨루어 보기를 바란다. 기득권을 빼앗길까 두려운가? 나는 그들이 끝없이 우리 교육을 망치고 학교 현장을 황폐화하는 현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대대손손 계속되는 것이 더 두렵고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