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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집에서 경제적으로 친환경 장보기

작년까지만 해도 각종 식품을 구입하기 위해 대형 마트를 매주 한 번 이상 이용했다. 마트에 가면 물건들을 교묘하게(?) 진열하고 있어서 불필요한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사는 일도 많은데, 아이들까지 따라 나서기 때문에 좋지 않은 마트의 푸드코트 음식을 먹게 되고 아이들이 욕심내는 물건들도 사게 되어 낭비가 더욱 심해진다.

더우기 거기서 파는 농산물들은 거의가 원산지와 출처, 농약 함량, 위생 등에서 장담할 수 없는 것들이고, 이에 따라 가정의 건강을 헤치는 것들이다. 아이의 아토피도 이런 식재료를 사용하다보니 더욱 심해졌다.

아는 후배의 추천으로 생협에 가입하고 거기서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면서부터 이런 문제점이 사라졌다. 우리집은 매주 토요일 이전에 다음 주 수요일에 배달될 필요한 먹을거리를 주문하는데, 결국 수요일마다 생협에서 물건이 전달되는 셈이다.

친환경이 비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생협은 직거래를 연결하는 곳이어서 백화점이나 마트 등의 신뢰하기 힘든 매우 값비싼 친환경 식재료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값이 싸고 무엇보다 믿을 수 있어서 좋다.

http://www.dure.coop/

매주 마트에서 식품을 사고 결제하던 돈이 거의 20만원에 육박했었던데 비해, 지금은 생협에서 매주 8만원 정도의 식품비를 사용하고 있다. 마트에서는 다른 물건도 사고 지금은 식품 구입처도 생협 외에 몇군데 더 있으므로 단순비교는 힘들지만 최소한 식품비만 해도 3분의 1 이상 줄지 않았을까 싶다. 먹는 것은 더 친환경적이 된 반면 낭비가 그만큼 적어지고 버려지는 음식물도 없어진 때문일 것이다.

생협은 주로 아내가 이용하지만 아래 두 사이트는 내가 주로 이용한다. 친환경 인증을 받았거나 또는 소규모로 농사를 지어서 친환경인증을 받지는 않았어도 친환경이 분명한 농산물을 직거래로 판매하는 곳인데, 인터넷 쇼핑계에서 유명했던 분이 지리산 자락의 마을로 들어가 농민들을 위한 직거래 장터를 만든 것이라고 한다. 작년에는 이곳에서 절인배추를 예약하여 저렴하게 김장을 했고, 생협에서 보기 힘들거나 그보다 저렴하게 제철에 나온 농산물을 사는 경우가 많다.

http://farmmate.com/shop/home.php3

이곳에서 자주 애용하는 것이 '농부 SOS' 코너인데, 친환경 학교급식에 납품하기로 했다가 시기가 안 맞아 납품을 못하는 경우와 같은 피치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 매우 저렴한 가격에 급히 올려 놓는 곳이어서 친환경 농산물을 정말 저렴하게 살 수가 있다. 처음에는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 너무 싼 것만 사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지만, 농부들도 어렵게 농사지은 것을 적은 값이나마 받고 팔 수 있게 하는 것이니 서로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기꺼이 애용하고 있다. 언젠가는 그 비싼 금싸라기 오이 아삭이 고추 한박스가 친환경인데도 불과 몇천원에 올라와서 1박스 주문해서 주변에 나눠주고도 2주 가까이 매일 맛있게 먹은 적도 있다.

최근에 자주 이용하게 된 곳은 여러 차례 TV 등에 소개된 초은농장에서 직접 개설한 인터넷 돼지고기 쇼핑몰이다. 무항생제에 축산오물이나 폐수 배출 하나 없이 완전히 친환경적인 자연순환 방식으로 기르는 돼지여서 고기 맛과 향이 좋으며 오래 키운 돼지가 아니어서 살만 있는 부분조차도 육질이 쫄깃하다.

http://www.mpig.me/index.html

가격은 일반 항생제 덩어리의 보통 생돼지고기 값보다 저렴하다. 무엇보다 인증을 받아서 믿을 만하다. 이곳에서 처음 주문하여 먹어본 돼지고기와 수제 소시지의 맛은 결코 잊을 수 없다. 돼지고기와 수제 소세지의 최상의 맛을 본 것 같았다.

언제부턴가 친환경 먹거리가 중국산, 미국산 등 오염되고 변형된 싸구려 먹거리에 밀려 가진 자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처럼 되어가고 있다. 서민들은 질은 떨어지고 값은 사실상 비싼 몸에 좋지 않은 먹거리를 견디고 있고, 친환경 농사를 위해 몸부림치는 농부들은 판로가 없거나 유통과정의 후려치기로 힘겹기만 하다.

의지가 있고 정보가 있으면 누구나 질 좋은 먹거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사서 먹을 수 있다. 우리는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니 좋고, 낭비를 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섭취할 수 있어서 좋다. 우리가 친환경에 관심을 가질수록 농부들은 안정적인 친환경 농사를 할 수 있고, 우리 농업을 자연순환적인 형태로 견인하며 보호할 수 있다. 국토의 오염이 줄고 국민의 건강이 증진되며 식량과 경제의 자립도가 높아지고 사회적 연대와 통합성이 고양된다.

생활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낭비를 줄이고, 아이 아토피를 없애고, 내 위장이 편해진 것들은 '집에서 값싸게 친환경 장보기'의 직접적인 혜택인 반면, 우리 농산물과 우리 농촌, 나아가 우리나라를 살리고 있다는 자부심은 마음주기 힘든 이 야만의 시대에 이러한 장보기를 통해 받을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정신적 혜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