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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소고기, 맛이 좋을수록 건강에 나쁘다?

오늘 직영급식을 위한 축산물(소고기, 돼지고기) 납품업체 선정을 위해 누구나 들어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브랜드명을 가지고 있는 내노라하는 축협 세 군데를 돌았다. 내가 알고 있던 예전의 정육점이나 정육가공공장의 모습과 달리 굉장히 깨끗하고 물샐틈없는 위생과 방역시스템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국내산으로 표기되는 육우, 젖소, 한우, 거세우, 비거세우... 등등의 차이, 한우 등급의 차이들에 대해 상세한 브리핑을 받았다. 국내산 육우와 한우를 동시에 취급하는 곳도 있고 한우만 취급하는 곳도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첫째, 경기도의 경우 모든 학교에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1등급 한우가 3등급 비용으로 납품되며 차액은 지자체에서 보전한다는 것인데, 서울은 그런 제도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경기도 학교들은 한우 1등급 고기를 먹는데 서울의 직영급식 학교들은 주로 육우를 먹는다. 급식비를 좀 올린 학교들 몇 개 정도만 3등급 한우를 먹는 정도라고 한다. 그래도 수입이 대부분이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위탁급식의 소고기들보다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이야기들을 하니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나...

둘째, 한우의 경우 친환경과 그렇지 않은 경우에 구분이 크게 없는 것 같다. 무항생제나 친환경사료로 먹인 친환경 한우를 취급하는 곳은 없었다. 그렇다면 육우와 무엇이 다른가? 종자와 사료 배급 방식이 다를 뿐인가?

세 업체 모두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한우 1등급을 자기 자식들에게는 먹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1kg에 1등급은 7만원, 3등급은 2만5천원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가격의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1등급이 함유하고 있는 기름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마블링을 워낙 중요시하는데, 그러다보니 외국과 달리 기름이 많이 섞인 고기를 먹게된다는 것이다. 마블링을 좋게 하기 위해서 일정기간 한우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기름 찔 사료를 먹이게 되니 소가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되고, 그렇게 스트레스 받은 기름 덩어리 소고기를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 좋아라 먹는데, 그것이 모두 몸에 좋지 않은 고콜레스테롤의 포화지방산 굳기름 덩어리들이란다.

학교에 주로 납품되는 3등급 한우고기를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수사라고 하기에는 브리핑하는 분들이 매우 진실되어 보였기 때문에 지금도 마음 속에 의문점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1등급 한우를 자신의 건강을 담보로 2-3 배의 비싼 돈을 내고 먹고 있다는 말인가?' '마블링을 예찬하고 마블링에 신음하듯 감탄하는 수많은 한우 생산자들, 애호가들은 건강을 앗아가는 독약을 비호하는 것인가?'

평소 1등급 한우는 커녕 3등급도 별로 먹지 못하는 입장에서 많은 위안이 되기는 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뭔가 확실하고 당국 차원의 공식적인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한우, 정말 맛이 없을수록 건강에 좋은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