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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1000년된 나무를 독점하려는 자들

1000년 된 나무, 1000평(3305㎡) 규모 연못, 천근(600㎏)짜리 청동 해태상.
모두 한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갈 상징물들이다. 삼성물산은 10월 분양 예정인 반포에 이 3가지 상징물을 내세워 '남다른' 마케팅을 펼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에버랜드를 통해 경북 고령에서 1000년 된 느티나무를 가져와 반포에 심기로 했다. 이 느티나무는 성인 4명이 팔을 둘러야 감쌀 수 있을 정도의 둘레다. 연못 크기도 단일 아파트 단지 내 연못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전체 연못 면적의 절반은 단지 내 토지이고 절반은 서초구 땅이다.
이 연못에는 한강 바닥에서 퍼올린 1급수를 채울 계획이며 1급수에서만 산다는 쉬리를 방사할 계획이다...
매일경제 9월 9일 기사 중 일부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인색한 서초구에서 아파트 연못만들 땅을 내준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그 연못을 한강의 1급수로 채우는 것도 우스운데, 압권인 것은 무려 천년이나 된 희귀한 나무를 멀리 고령에서 가져와 심는다는 것이다.

천년을 산 나무를 소유하고 독점하겠다는 발상도 웃기지만 그것을 상품화 한다는 개념 자체가 정말 개념을 상실한 발상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고 이익을 위해 별짓을 다한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나무와 살아오고 부대끼며 그 그늘을 이용해 왔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그 나무는 이미 누구의 소유가 될 수 없는 우리 국민 모두의 귀중한 재산이요 기념물이며 지켜내야할 소중한 보배라는 것은 상식이 있으면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가 소유한 땅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그 나무를 마음대로 사고 팔 수는 없는 것이란 얘기다.

특히, 수명이 오랜 나무는 단순히 아무도 그 나무를 베어내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나무가 뿌리내린 땅은 그 나무가 살기에 가장 적합한 온도와 습도와 햇볕,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산천의 정기까지 담고 있는 곳이다. 그러니까 그 나무를 옮기면 그 나무는 그대로 죽어버리거나 서서히 죽어갈 가능성이 높다.

천년된 모두의 나무에 대한 천박한 독점욕을 부추겨 아파트 팔아먹으려는 더 천박한 자들이 천년을 죽이려 하고 있다.

즉각 사과하고 철회하기 바란다. 천년을 죽이면 천벌을 받게 되어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