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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직영 급식, 친환경 급식, 왜 이리 힘든가?

올해 학교 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참으로 논란이 많았다. 주변 학교에서 똑같은 가격에 훨씬 질 좋은 친환경 급식을 하고 있고, 교사나 학부모들 자신이나 자기 자식들이 먹을 급식이기 때문에 반대가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의외로 반대가 많아서 무척이나 힘들고 애를 먹었다.

주변의 친환경 직영급식 학교들은 물론 스스로 잘 안되고 있는 곳도 가보야 한다고 해서 일부러 골라 간 학교들까지도 우리 학교의 위탁급식보다는 훨씬 나은 질의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를 보고서도 끝없이 직영급식에 대한 가상의 불신을 상상(?)해내며 방해하는 모습이 정말이지 매우 실망스러웠다.

학생들의 먹거리마저 정치적으로 접근하려는 무리들에 의해 진즉 완료되었어야 할 친환경급식이 오늘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위탁급식 업체들로부터 골프 향응 등을 접대받은 무리들, 정치적으로 음성적으로 이리저리 얽힌 자들의 제동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아이들의 건강을 대가로 뭔가를 취하는 그들은 반드시 벌을 받을 것으로 본다.

놀라운 것은 일부 학부모 운영위원이나 모 학부모 단체 출신의 운영위원(지역위원)들의 무지(의도적 무지?)였다. 이왕 급식 직영을 할 것이면 친환경으로 하자고 하기만 하면 바로 경기를 일으키듯 친환경이란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하곤 했다. 친환경이란 다 거짓이란 것이다. 어느 농산물이건 농약을 치지 않고는 농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40년도 안되었으며, 그전에는 모두 순수 유기농법으로 우리 민족이 농사를 지어왔다, 지금 여러가지 친환경농법 기술이 발달하고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며 엄격한 국가의 인증제도가 있으므로 믿을 수 있다, 요즘은 갈수록 관행농법도 농약을 거의 치지 않는데, 조금만 신경을 쓰면 화학비료나 농약이 없이도 친환경 재제를 활용하여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이런 정보들을 수없이 얘기해도 도무지 막무가내다.

친환경이 불가능하다고도 하다가 친환경이 비싸서 타산이 안 맞다고 말을 돌려서, 주변에 친환경 급식을 하는 학교들은 뭐냐, 직거래나 공동구매를 하면 친환경 식자재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사례와 함께 이야기를 해도 받아들이지를 않는다. 간혹 이 사람 저 사람 거쳐 들려오는 소리는 친환경 급식을 하기 위해 직거래나 공동구매를 하면 전교조로 돈이 들어간다는 허무맹랑한 말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더 비싸고 더 질이 좋은 친환경 식자재를 사면서도 뇌물을 받는다? 이거 권장할 일이 아닌가?? 참으로 어이가 없다.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들 같은 줄 아는 모양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좋은 식자재를 썼다면 관리자나 업체들이 뇌물을 먹었건 폭리를 취했건 아무도 문제를 삼지 않았을 것이다. 저질의 식자재를 학생들에게 먹이면서 남은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고, 또 이것을 묵인하면서 얻어먹은 떡고물때문에 오늘날 위탁급식이 압도적 식중독 발생률, 저질 급식 등으로 욕을 먹게 된 것이며, 그 결과로 직영급식이 국가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교조가 돈을 먹을까봐서 농약과 유전자조작과 온갖 중금속이 버무러진 출처가 불분명한 싸구려 식자재를 고집한다니 참으로 상식과 이해의 범위를 넘어선다. 무식한 자들의 오기... 우리 모두에게 재앙이다.

요즘은 친환경이 무슨 멀리 있는 신기루가 아니라 우리 생활에 매우 가까이 와 있다. 기업화한 친환경 식자재 판매 체인들이나 생협 등 친환경 농산물 공급 조직이 엄청나게 많다. 슬로우 푸드 운동, 로컬 푸드 운동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생활(LOHAS)을 위한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지자체가 독특한 친환경 농사를 매년 수없이 많이 개발하며 홍보하고 있다. 백화점에도 명품(?) 식자재 코너가 크기를 늘려가고 있다. 그런데 돈 있는 사람들만 친환경 음식을 먹어야 할까? 학교 급식은 정부 차원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평등하게 좋은 음식을 먹인다는 차원에서 여야, 좌우, 노소 없이 모두 지지하고 그 추진을 독려해야 하며, 누가 그렇게 미온적인지, 누가 그것을 방해하는지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할 사안이기까지 하다.

농촌을 살리고 도시의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챙길 친환경급식, 이제 더 이상 멀리 있지 않고,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다. 그런데 정치적 패거리 의식 때문에 아이들과 자신들의 건강마저 포기하는 행태를 보이는 학부모, 지역 정치인들이 있는 이상 그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답답하고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려해도 합당한 이유 없이 발목을 잡고 방해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이 더디고 피곤은 쌓여간다.

교과부의 직영급식 매뉴얼에서조차 우선적으로 잘 되고 있는 주변 학교와 공동구매나 컴퓨터가 자동으로 입찰자 중에서 선정하는 G2B를 고려하라고 권장하고 있는데 우리학교는 공개입찰을 통한 수의계약으로 결국 방향이 정해졌다. 앞으로도 8개 식품군별로 들어온 입찰서를 서류심사하고 각 식품군별로 서류심사를 통과한 업체들을 실사방문해야 한다. 문제는 이 업체들의 서류가 모두 완벽하고 현장 실사 방문을 나가도 비전문적인 교사나 학부모 운영위원들이 보아서는 별로 차이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란 것이다. 또한 위탁업체나 식자재 판매 업체나 상업적인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친환경의 건강한 식자재를 공급받는 것을 신뢰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결국 일은 일대로 하고 결과는 장담을 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직영을 잘못 추진해서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 학교들처럼 될까봐 심히 걱정스럽다. 이제 와서 포기할 수도 없고... 뭐 좋은 방법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