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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시농

올해 농사를 정식으로 시작하는 의미로 작은 잔치를 열었습니다.
지금까지 놀지 않았고, 이미 마늘, 양파, 보리, 밀 등 각종 작물이 한창 자라고 있지만, 새로운 시작에 대한 계기는 항상 필요한 법입니다. 시농 분위기 따라 농기구와 농자재 트럭에 모아 싣고, 여유 공간에 만들어 둔 퇴비 다 긁어 담고, 쪽파 등 살아 있는 작물 떠 담아 옮겼습니다.
개발의 여파로 더이상 지을 수 없게 된 땅을 떠나 이사짐 꾸리고 새 터전을 마련했나 싶었는데, 여기도 그리 녹녹치는 않습니다. 도시에서 안정적으로 농사지으려면 땅값이 훨씬 더 폭락해야 할 겁니다. 인구가 줄고, 사회 구조가 바뀌고 있으니 그런 날이 오긴 올까요?


옛밭에서 알뜰하게 파온 쪽파들을 옮겨 심었습니다. 한 철은 먹겠습니다.


작년 수확했던 호박을 잘못 건사했더니 한 통이 통째로 썩었습니다. 내려 앉은 호박을 통째로 구덩이를 파고 심었습니다. 날 따뜻해지면 호박 싹이 촘촘히 올라오겠지요. 하나씩 파다가 밭 둘레 옮겨두면 돌무더기마다 퍼져 올라 또 알찬 호박 열매 열어줄 것입니다.


요기도 뭔가 씨를 넣었는데 기억이...

명색이 시농제인데, 돼지는 못 잡더라도 돼지머리는 삶아야죠? 자연농법으로 키운 돼지 한 머리를 몇 집이서 나눔하고 가겨온 머리와 족발입니다. 자연농법으로 키워서인지 잡내도 없고 담백하고 삶아도 기름이 뜨질 않습니다.

허파와 머리고기를 좀 썰어봅니다. 비주얼이 나쁘진 않죠?
돼지머리 하나지만 고기가 상당히 많이 나와서 여러 팀이 나눠 먹고도 남았습니다. 남은 수육과 족발은 다음 주에 어떤 맛난 모습으로 돌아올지 자못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