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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장마 덕분에! - 7월 17일 텃밭

사실은 평년보단 10일 정도 짧았다는 이번 장마, 무척 길게 느껴졌었죠? 맑은 날 거의 없이 종일 쏟아지는 기록적인 폭우 때문이었을 겁니다. 매일 작물을 살필 수 없는 도시농부 입장에서는 평년의 3배 이상 내린 비 때문에 하루하루 가슴졸일 수밖에 없었지요. 당분간 비소식이 없으니 그간 비에 녹았던 작물들이 단단하게 속을 채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옥길동 오이망 아래 마지막 하나 남았던 토종오이... 지난 주 폭우에 작은 오이 하나 남기고 결국 생을 마감했네요... 수확한 작은 오이는 맛나게 나눠 먹었습니다~

이제는 오이망 펜스에 수세미들만 남았습니다만, 그래도 5 그루나 되는 수세미가 장마덕에 힘차게 줄을 타고 있습니다. 오이망 펜스를 다 덮어 펜스가 감당이 안되도록 수세미를 매달게 하려면 잘 보살펴야겠죠? 수세미 효소, 설겆이용 천연 수세미, 수세미 화장수 등을 꿈꾸면서요~~
 

장마 동안 밭의 지배자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잡초를 이기고 잡초 위에 군림하는 작물들이 많아졌어요~

무성하게 뻗는 고구마에 잡풀들이 조금씩 밀리는 게 보입니다.

쑥, 돌콩, 환삼덩굴 등 무시무시한 잡초들 위로 호박이 여유롭게 덩굴을 뻗습니다~ 대세는 끝났어, 임마~!

박은 이미 저 잡초 언덕을 넘었습니다.

잎 큰 토란 그늘 아래서는 잡초가 잘 자랄 수 없죠~

장마 덕에 미나리꽝에 물이 차서 돌미나리가 살이 올랐습니다.

수확할 때가 되었습니다. 맛나 보이네요. 음, 새콤한 돌미나리 무침, 미나리 강회, 시원한 물김치... 


생강은 아직도 이렇습니다. 싹을 내민 것조차 드문데요, 그러나 땅속으로는 생강 뿌리가 자라고 있답니다. 좀 겸손한(?) 생강이죠? 그래도 답답하지 않게 겉으로도 좀 드러냈으면 좋겠구만~ ^^

포기할까도 생각했던 부추밭... Before...

역시나 무척 심난한 대파 당근밭... Before...

뙤약볕과 장마 후의 후덥지근함 속에서도 도시농부들의 불굴의 노동으로,


After... 환골탈태! 잡초에게 햇빛을 빼앗겨 웃자란 부추와 당근들이 힘없이 누웠네요.

낫질로 이발한 듯 단정해진 마늘밭! 한 달 후에 이곳에 김장채소 넣어야죠?

억센 장마로 멸강충이 녹았습니다. 계수동 옥수수가 장마 덕에 멸강충을 이기고 꽃대를 올렸네요. 꿀벌이 많이들 죽었다는데 어디서들 날아왔는지 온통 분주합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옆구리에 노란 경단을 하나씩 매달고 있습니다.

꽃가루를 뭉친 덩어리랍니다. 꿀에 개어 경단을 만든거라는데요,


엄청 분주하게 움직이는데도 신기하게 하나도 떨어뜨리질 않습니다.

저거 하나 뺏어먹어보고 싶지만 벌받을 것 같아 참습니다~ ^^
 

지난 주 장마 내내 가슴졸이며 걱정했던 고추입니다. 고추밭 양쪽으로 깊은 고랑을 내서 물이 잘 빠진 덕인지, 아니면 중간에 방제용 액비를 뿌려준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줄기 아래쪽이 녹던 현상이 다행히도 더이상 진전되진 않았습니다.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한 제 개인 텃밭의 고추들은 반 정도가 벌써 고추 열매와 잎이 모두 흐물흐물 녹아 버렸는데요, 매주 걱정하고 관리해준 덕인지 그 엄청난 장마에도 공동경작 밭의 고추들은 의외로 멀쩡합니다. 굵은 풋고추를 많이도 달고 있고, 흰 고추꽃도 만발합니다. EM, 막걸리, 목초액, 난각칼슘을 희석해서 골고루 뿌려주었습니다. 빨간 고추를 수확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지난 주에 고추밭 해충 방제용을 겸해서 심은 들깨 모종들이 드센 잡초에 파묻혔습니다. 아마 한번만 잡아주면 이곳도 금방 들깨 세상이 되겠죠?

그래도 장마 덕에 잎 하나 시들지 않고 건강하게 잘 활착했습니다.

홍영, 자영 등 컬러 감자들이 있는 감자밭인데요, 감자대는 다 녹아 보이질 않고 바랭이가 숲을 이뤘습니다. 도저히 감자 캘 시간이 없어서 다음 주로 미뤘네요... 어차피 장마 끝났으니 썩기야 할라고요. 감자밭에 그냥 배추 심었다가 배추 수확할 때 감자도 한꺼번에 수확하기도 한다는데요...

재난은 예측을 하기 힘든 곳에서 발생하는 것인가요? 밭에 그늘을 드리우던 어마어마한 나무가 장마에 쓰러졌습니다. 다행히 수확이 끝난 감자밭을 덮쳤는데요, 그래도 고구마와 차조기 일부가 적게나마 피해를 입었습니다. 저걸 치우려면 전문적인 엔진톱맨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가지를 치려해도 키가 안 닿아 속수무책이었는데 장마가 해결했으니 조금은 좋아할 일인가요~!?

계수동 고구마 밭은 이미 잡초 자랄 자리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장마 중에 가장 왕성하게 자란 콩밭입니다. 지난주에 낫으로 순을 마구 쳤는데도 일주일만에 다시 이렇게 무성해졌습니다.

흙이 조금만 푸슬푸슬해도 북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요 잡초들을 제거할 수 있었는데요, 좀 아쉽습니다. 아직은 땅이 덜말라 질척거리니 다음 주로 미룰 수밖에요...


맑은 날 하루 없던 장마 통에도 텃밭은 많은 먹거리를 주네요. 향이 환상인 돌미나리와 대파~~

오랜 장마에 금싸라기 값이 된 상추~~

그리고 엄청난 양의 맛있는 풋고추~~

특별히 마늘밭에서 낫질하며 수거한 산야초입니다. 질경이, 씀바귀, 환삼덩굴 잎, 야생들깨, 돌콩잎, 그리고 잡초의 제왕 왕고들빼기...

약성이 좋다는 산야초 김치랍니다. 맛이요? 환상...적으로 씁니다. 아주 써서 못 먹겠습니다~ 이런 건 세월이 약이죠. 산야초에 숨은 수많은 종류의 효소들과 개개의 산야초가 머금은 약성들이 김치통 속에서 몇 개월간 비밀스런 작업을 하고나면요, 독성은 빠지고 약성은 남고, 쓴 맛은 맛갈스럽고 깊은(=꼬슨) 맛으로 변하게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