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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장마를 이기고... - 7월 10일 텃밭

한반도 기후 변화로 향후 엄청난 농업 손실이 예상된다는 기사가 떴네요. 너무 일찍 온 장마에 차가운 여름 날씨, 잦은 폭우로 작물들이 힘겹습니다. 열매가 작은 것은 물론이고 위기감에 꽃대를 빨리 올려 잎 채소도 수확이 쉽지 않습니다. 작물의 적응 속도보다 기후 변화가 빠르니 토종조차 생존에 허덕일 지경인 것 같습니다. 다음 세대의 재산까지 마구 끌어다 소비하는 경제 짐승들의 탐욕 때문인데요, 언제나 브레이크가 걸릴까요? 브레이크가 걸리긴 할까요? 

마늘이 너무 잘아서 더 실해기를 기다리는데 장마에 마늘대가 다 녹고 잡초는 번성해서 더 두었다가는 마늘을 찾기도 힘들게 생겼습니다. 부랴부랴 수확을 했습니다만 아마 못 뽑은 마늘도 꽤 될 듯... 장마철이라 땅에 물기가 많아 삽질을 하지 않아도 쉽게 쏙쏙 뽑힙니다.
미처 마늘쫑을 자르지 못한 마늘에서 주아가 꽃처럼 열렸는데요, 주아가 남아 있는 마늘들은 역시 밑이 작게 들었습니다.

긴 장마덕에 미나리꽝에 드디어 물이 찼습니다. 물이 차니 무성하던 잡초는 거의다 녹아버리고 미나리만 싱싱하게 자라고 있네요. 돌미나리 먹음직스럽죠?

호박, 애호박, 박들이 드디어 탄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돌콩이나 환삼덩굴 위로 위풍당당하게 덩굴을 뻗고 있습니다.

장마철에 토란은 손으로 잡아 뽑아내는 듯 자란다고 하지요. 밤에 기온이 뚝 떨어져서인지 그런 속도는 보여주질 않고 있습니다.

오이망펜스 아래는 아무래도 땅이 척박하고 기가 극히 안 좋은 곳 같습니다. 토종오이, 작두콩, 갓끈동부, 어금니동부, 박 등등 많이도 넣고 심고 했는데 하나도 나오질 않더니 나중에 모종으로 심은 오이마저 힘겹게 버티다고 이런 이상한 열매를 남기고 멀리 가셨네요...

그나마 수세미들이 여기저기서 힘을 내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마지막 남은 토종오이... 요놈 하나 남았는데 제발 덩쿨이 죽죽 뻗기를 기대해 봅니다.

땅콩 꽃이 피었습니다. 꽃이 지면 땅속에 줄을 내려 땅콩을 달겠죠?

대파는 무척 잘 자랐습니다. 대파밭에 당근? 당근밭에 대파? 자연농법으로 키운 대파라 그런지 줄기에 흰 줄이 많지만 향이 장난이 아니게 좋습니다.

부추밭... 잘 보면 보입니다. 풀매기가 힘들어 그냥 엎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섬세하게 풀매기하면 부추가 꽤 나올텐데요... 뭐, 잡초와의 전쟁에서 항상 이길 순 없죠.

감자밭을 워낙 넓게 가꿨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캐고 있습니다만, 장마에 살이 녹은 것들도 보입니다.

알이 그리 크게 들진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수확량은 꽤 됩니다. 큰 건 요리용으로 쓰고, 중간 것들은 쪄 먹기 좋고, 작은 것들은 쫄여 먹으면 쫄깃쫄깃 맛있습니다. 그냥 사먹으면 쉽게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죠~ 

물빠짐이 안좋은 밭 조건때문에 고추들은 뿌리가 많이 녹았지만, 옥수수들은 중국에서 나아온 멸강충을 이겨내고 벌써 옥수수를 단 것도 있었습니다. 콩밭은 워낙 무성해서 원줄기 따주는 1차 순지르기를 생략하고 낫을 휘둘러 무릎 위로 올라온 윗 순을 모두 쳐주는 2차 순지르기 작업을 했습니다. 공동경작이지만 그래도 농사다운 농사를 짓다보니 잘되는 것도 있고 안되는 것도 있네요. 잘되면 잘되서 좋고 안되면 배워서 좋고... ^^

빈밭에 대파, 쪽파, 김장 채소, 밀, 보리 등 내년 여름까지는 심고 가꿀 것들이 줄서서 대기중이니 이 아니 즐거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