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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2년차 아마추어 도시농부의 관록! - 6월 12일 텃밭

작년 고추밭에 고추가 잘 커서 풋고추, 꽈리고추들을 한 주에 다 못먹을 만큼 수확하곤 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잎 전체가 축 처지더니 그대로 말라죽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고추는 약을 치지 않으면 농사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실감이 났는데요, 그래도 먹을 음식에 먹으면 죽는 맹독을 바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죠.

요즘은 많은 분들이 부단한 노력으로 유기농 고추를 생산하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로파머는 아니지만 나와 가족이 먹을 고추는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 건강한 먹거리로 키워보고 싶습니다. 공동경작 때문에 시간이 절대 부족하지만 5평 텃밭은 좁은 공간이니 단 시간에 성과가 보이는 작업을 할 수가 있습니다. 몇 주째 계속 틈틈이 주변 풀을 낫으로 베어 고추밭을 덮어주니 이젠 바닥이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계속 두텁게 덮어가면서 오줌과 쌀뜨물 발효액을 희석하여 고추와 바닥에 골고루 뿌려주면 병을 막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니 장마가 오기 전에 만족스러운 환경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일단 두터운 풀멀칭 덕에 흙이 부드럽고 마르질 않으며 잡초가 웃자랄수밖에 없어 뿌리를 힘차게 뻗지 못하니 뽑으면 흙이 거의 없는 상태로 콩나물처럼 쏙쏙 뽑혀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신경 못쓴 사이에 고추에 방아다리가 생길 만큼 자랐습니다. 방아다리 아래 순과 잎을 따주고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끈을 매주었습니다. 가늘고 보프라기가 날리지 않는 흰 고추끈을 사용해야 하는데 작년에 산 이사짐 묶는 끈이 있어서 그것을 그냥 사용했습니다.

완두콩이 키가 훌쩍 컸습니다. 좀 더 긴 고추대를 양쪽에 박고 이사짐 끈으로 위 쪽을 한 번 더 둘러줍니다. 완두가 꼬투리를 주렁주렁 달았네요.

아래쪽에 일찍 꽃핀 자리에는 이렇게 속이 영글어 가는 꼬투리가 보이구요,

최근에 생긴 위쪽 꼬투리는 얇고 투명하여 속이 비칠 지경입니다. 꼬투리가 참 아릅답습니다.

강낭콩은 키가 작게 자라면서 큰 잎사귀 아래 꽃을 숨기고 있습니다.

겉에서 보면 이런 가지런한 모습인데요, 아직 꼬투리는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뭔가 잎이 지나치게 크지 않나 하는 느낌이 오면서 위 순을 낫으로 쳐 주어야 한다고 했던가 하는 기억이 있는 듯 없는 듯 합니다.

그밖에 아주까리가 늦게나마 나왔고요, 고구마는 잘 활착되었고, 작년 겨울을 난 두텁고 맛좋은 상추들은 한 주에 다 먹을 만큼 적당한 양으로 수확되고 있고, 올해 심은 아욱과 상추도 계속 나오고 있고, 작년에 심은 실파는 뿌리 나누기를 해야 할 정도로 퍼졌습니다. 별로 욕심내어 일하지도 조바심 내며 이것저것 사서 투입하지 않아도 나올 것은 적당히 나와주고 있으니 작년보단 훨씬 더 경제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2년차의 관록이 붙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