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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메르스와 자립

메르스 때문에 우리 동네 문화센터를 잠정 폐쇄한단다.

아침 운동은 해야겠기에 청룡산 헬기장까지 실로 몇년만에 다시 뛴다.

따가운 여름 햇살 가려주는 짙은 숲 그늘, 산새 소리, 등산로에 핀 꽃, 푹신하고 자유로운 흙길이, 아무런 변화 없어 더 어지러운 헬스장의 러닝머신보다 백배 낫다.

 

확진 판정 받은 대형병원 앰뷸런스 기사가 큰 사거리 건너편 동네 병원에 들른 덕에 그곳도 폐쇄되었단다. 그가 그 동네 산다는데 주민들 많이 불안하겠다.

2회 이상 나들이 삼아 가던 재래시장과 단골 천연발효 빵집도 마님에 의해 당분간 방문 금지조처가 내려졌다. 절로 뜸해 다행스러웠던 집빵 만들기가 재개되겠고, 낮추려던 생협과 직거래 장터 의존도가 높아지겠다. 공동경작 수확물에 대한 가족의 기대도 덩달아 뛸 것이다. 6년째 짓는 허접한 농사가 또 이렇게 빛을 보게 될 줄이야.

 

시흥과 인천의 학교나 단체에서 텃밭교사로 밥벌이하는 공동경작팀 막내는 메르스 땜에 모든 강좌가 일방적으로 취소되어 생계에 문제가 생겼단다. 장거리 이동 때문에 최근에 차도 새로 뽑았는데 할부금은 낼 수 있으려나.

 

메르스가 먼 남의 일처럼 느껴졌는데 내 주변을 조금씩 옥죄어 오는 것을 실감한다. 국가가 기능을 상실한 시기니 각자도생을 해야한다. 그동안 키워온 자립적 생존능력에 기대어 그 모든 관계를 털어버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를 의지하는 가족과 서로 기대야 겨우 서 있는 공동체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꿈꾸기 힘든 일이다. 그것이 참 서글픈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