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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11월 14일 텃밭 - 풍성한 총각무 수확! 쌈채밭 비닐 터널 준공!

지난 주에는 새롭게 구성된 공동경작팀의 마늘 양파 밭 만들기, 마늘 넣기, 양파 모종 심기, 뒤풀이 등으로 날이 어두워져 텃밭을 돌아보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주에는 영하로 기온이 떨어진다고 해서 총각무가 얼기 전에 수확하고 쌈채밭에 비닐 터널을 지어줄 요량으로 텃밭으로 향합니다.  


오랜만에 함께 간 모녀가 총각무 수확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실한 총각무 수확이라면 정말 신나는 일이죠. 시장에서 산 것보다 더 예쁘게 생겼습니다~! 텃밭 한 귀퉁이에 심었는데 4단 정도는 실히 되어 보입니다.


총각무를 수확한 김에 한냉사 밖에 심은 무도 충분히 굵어진 듯 하여 뽑기로 합니다. 그 중 제일 큰 녀석인데요, 시장에서 파는 무보다 굵어보입니다. 이거 쉽게 뽑히지 않겠다 싶어 다리에 힘을 바짝 주고 힘껏 당겨 올리는데요...


'부우욱~!'이 아니라 '톡!' 하고 가볍게 들어올려 집니다. 약간 황당~
허탈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텃밭에서 셋이서 한참 웃었습니다.
무는 깊게 갈아야 한다는데, 호미로 대충 위만 고르고 씨를 뿌린 때문인지 무가 깊이 뿌리를 박지 못했나 봅니다. 전체적으로 크건 작건 이런 공같은 모양의 무들이 흙위에 살짝 얹혀 자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올라올 기미를 보이지 않던 보리싹이 정말 아름답게 우루루 올라왔네요. 가을 가뭄에 차가운 냉기 속에서도 마른 땅을 가르며 올라온 생명력이라 그런지 잘 뽑히지가 않습니다. 일부 뽑아서 비빔밥에 넣어 먹으려 했는데 일단 포기했습니다.


너무 자라서 억세지기 전에 보리싹의 풍부한 비타민을 맛볼 수 있어야 할텐데요... 좀 더 두었다 홍어애국에 넣어볼까요?


워낙 발아가 안되던 지난 여름의 경험 때문에 갓 씨를 촘촘히 넣었는데 지난 주 내내 따뜻했던 날씨 덕에 솎아주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모두 싹을 내밀었네요.


봄동 배추도 옹기종기 오밀조밀 다 올라와 있습니다.


다 말라 비틀어졌던 쪽파들도 다시 새순을 내밀었고요...


시금치 새싹들도 마른 땅을 가르며 줄지어 올라왔습니다.


쌈채밭에는 메마르고 차가운 날씨에도 케일과 곱슬겨자가 무럭무럭 자랍니다. 기대했던 상추는 아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성장을 멈춘 듯 지지부진입니다.


한냉사 안의 배추는 결구가 한창이고...


적갓은 눈으로도 고소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냉사가 약간의 보온 효과가 있다고 하니 추위에 약한 무라도 영하 2-3도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한냉사 안의 무는 수확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배추는 영하의 날씨에 몇 번 얼었다 녹았다 해도 죽지 않고 오히려 더 맛이 좋아진다고 하니 더 버텨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쌈채밭 비닐터널을 위해 활대가 필요하니 배추만 심어진 이랑에 있던 요녀석들의 한냉사는 걷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냉사를 걷은 대신에 배추를 묶어서 추위에 조금이나마 견디도록 도와줍니다. 묶은 모습이 상당히 프로 농부 같죠? 어디서 주워 듣고 본 것은 많아서... ^^;

 

이렇게 사진으로 다시 보니 어수룩한 면이 바로 나타나네요. 제가 보기에도 너무 아래 쪽으로 감았고 줄도 가지런하지 못하고 엇갈려서 나중에 배추가 찢길 수도 있겠습니다. 다음 주에 가서 끈들을 더 위로 올리고 가지런히 모아주어야겠습니다.
이제 한냉사 안의 배추, 무와 묶어준 노지 배추가 있으니 한냉사와 묶어주기의 효과도 비교해 볼 수 있게 되었네요. 요런 연구하는 도시농부의 자세~... ^^

 

쌈채들은 아무래도 그냥은 영하의 날씨를 이기기 어려울테니 예정대로 비닐 터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한냉사 터널을 해체하고 가져온 활대를 넓고 낮게 꼽고요, 얻어온 재활용 비닐을 잘라 덮어 씌운 다음 흙으로 주변을 덮어 주었습니다. 한쪽은 흙으로 덮지 않고 그냥 비닐 끝을 고추 지주대로 말아 올리고 돌로 눌러 둡니다. 쌈채밭은 수시로 수확하고 관리해야 하니 이렇게 하면 한결 편리할 것 같아서인데요, 실제로 그런지는 두고 봐야죠... 아무래도 처음 해보는 일인지라...


벌써 안팎의 기온 차가 나는지 비닐 터널 안에 김이 서리기 시작합니다.

 

올망졸망 봄동 배추 싹들이 비닐터널 안에서 참 훈훈해 보입니다. 겨울이 닥치면 창문과 방문에 아버지가 비닐을 치고 한 방에서 10여명이 함께 자던 어릴 적 우리집 안방이 생각납니다. 밖에는 찬바람 씽씽 불었어도 안에서는 올망졸망 형제들 모여 시원하고 아삭한 싱건지 깨물며 작은 행복을 느끼곤 했었지요. 비록 아침에 다들 연탄가스 마시고 해롱해롱 비틀거리며 세수하러 마당으로 나섰던 기억이 이어지긴 하지만요...

비닐터널 준공은 했지만 아무래도 쌈채들도 질식할 것 같아서 비닐 터널 양 끝에 가위로 작은 구멍을 하나씩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주면 공기도 순환되고 서린 김도 좀 제거할 수 있어서 햇볕을 더 잘 통과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단열이냐 통풍이냐는 요즘 생태적인 집짓기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합니다. 상호 모순되는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지, 아니면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지... 내 작은 쌈채밭 비닐터널에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될줄은 몰랐네요... 


집에 와서 바로 수확한 총각무와 무, 그리고 솎아온 갓으로 총각김치와 깍두기를 담궜습니다. 총각김치는 한 통, 깍두기는 반 통이나 되네요. 텃밭에 쪽파가 없어서 양파를 채썰어 넣었는데요, 모든 재료 다 사서 담근 김치보다 훨씬 더 맛이 좋은 것 같습니다. 채소 양념 자급을 목표로 하는 연두농장의 공동경작모임에 합류하기로 했으니 내년에는 고추가루, 생강, 마늘마저 자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식량 문제, 그 뇌관의 숲에서 자급하는 삶의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느낌...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