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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10월 말 텃밭 - 추위 한 방에...

10월 24일까지는 따뜻한 가을 날씨 덕에 텃밭 작물들이 왕성한 발육을 보였습니다.

이제는 총각무도 뿌리에 알이 차기 시작합니다. 부드러운 총각무 잎을 뜯고 있는 느릿한 달팽이도 보이네요...


무들은 아제 거의 다 무통을 땅위로 올려 놓고 있습니다.


한냉사 안의 무들도 튼실한 뿌리를 보여줍니다.


시금치 싹이 올라왔네요. 첫 잎은 저렇게 가늘지만 두번째 잎부터는 시금치 본래 모습을 보여준답니다. 눈 좀 맞으며 월동하다보면 맛좋은 시금치로 자랄 겁니다. 

 

갓은 너무 많이 자라서 지금 수확해서 김치를 담궈도 될 듯 합니다. 그래도 배추 수확할 때까지는 기다려야죠...


고구마 모종 다섯 주 심었었는데 온 밭을 다 뒤덮더니 달랑 고구마 다섯 개를 남겼습니다. 게다가 생긴 모습이라니... 저렇게 못생긴 프랑켄쉬타인 고구마는 처음 보았습니다. 집에 와서 삶아보니 꼭 푸석한 무 씹는 맛입니다. 아무도 안 먹어서 저 혼자 참고 다 먹었습니다... 그래도 텃밭에 채소가 귀했던 지난 몇 개월간 고구마대와 잎사귀를 풍성하게 제공받았으니 나름 역할을 한 셈입니다. 고구마 캘 때도 고구마대와 잎사귀를 하나 남김없이 갈무리하였습니다. 양이 엄청나니 가을 내내 우리집 식탁을 채워줄 겁니다.


10월 26일-28일은 7년만에 몰아닥친 10월 추위라나요? 지겨울 정도로 비가 온 후에 바로 가을 가뭄이 이어지면서 몰아닥친 한파라 텃밭 작물들에 타격이 매우 커 보입니다. 배추는 약간 하얗게 놀랜 듯 보이지만 그래도 큰 피해 없이 결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한냉사 안이 이제 미어터질 듯 합니다. 묶어주고도 싶지만 영양가 적은 하얀 잎을 많이 먹기보다는 맛과 영양이 풍부한 녹색 잎을 더 많이 먹기 위해 자연스럽게 키우기로 작정합니다.


추위에 강한 배추지만 이렇게 잎파리가 말라가는 피해를 입은 녀석도 보이는군요... 오른쪽 한냉사 터널 옆에 노랗게 서있는 것이 강낭콩인데요, 꼭꼭 채워가던 콩깍지가 얼었다 녹았던지 눌러보니 물컹물컹하고 물이 흐르는 것이 상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추위에 약한 총각무와 무는 피해가 상당합니다. 24일까지만 해도 깨끗하게 잘 크던 녀석들인데 하얗게 마르는 잎파리가 많습니다. 옆 밭에서는 덜 자란 총각무를 부랴부랴 다 뽑아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위로 솟은 잎파리일수록 서리 피해를 더 입은 듯 합니다. 그래도 아직 무통이 다 차지 않았는데 지금 뽑을 수는 없습니다. 몇 주는 더 참고 기다려야죠... 시장에서 무를 사보면 깨끗한 잎파리가 드물어 무청을 갈무리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다음 번 추위가 올 때는 미리 비닐이라도 덮어주어야 할 듯 싶습니다.


텃밭 랜드마크로 늠름하던 아주까리가 0도 근처의 추위 한 방에 완전히 초라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아주까리 너머로 냉해 입은 작물을 들여다보며 고민하는 도시농부의 모습도 보입니다. '이걸 캐, 말어??'


쌈채밭에 자리잡기 시작한 케일도 소소한 냉해을 입었네요. 그래도 상추, 곱슬겨자, 치커리는 싱싱하게 자라며 추위에 강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싹이 꽤 난 파씨를 얻어서 심었던 것이 10월 강추위에 다 말라 비틀어졌습니다.


싹은 말랐어도 알뿌리는 남아 있으니 금방 자리잡고 다시 올라올 것으로 믿습니다.


10월 24일 고구마를 캐낸 자리에 시금치, 보리, 파, 봄동배추, 갓 씨를 넣었었는데요, 추위에 강한 시금치만 싹이 조금 올라왔고, 파는 말라 비틀어졌으며, 다른 것들은 날이 계속 추워서인지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그 와중에 애써 씨 넣은 밭을 누군가가 무참히 밟고 지나갔네요... 작물이 없고 날도 추우니 농사가 끝난 빈 밭인 줄 았았을까요? 바짝 마른 텃밭에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