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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10월 3일 텃밭 - 탄력받은 배추와 무

잦은 비가 급기야 물폭탄으로 이어지고 배추 폭등과 그에 대한 저질 대책들까지 버무려져 세상이 온통 뒤숭숭합니다. 식량자급과 다품종소량생산이 국가적으로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매우 절실하게 다가오네요. 김장채소 넣는다고 뽑아버린 고추, 들깨, 차조기, 토종오이,갓끈동부 등이 지금은 아쉽기만 합니다. 가능한 한 개씩이라도 일으켜 세워 살려두었더라면 지금처럼 푸른 채소가 귀한 시점에서 참 요긴했을 겁니다. 한치 앞도 못보는 초보농사꾼이 참 오만했다는 반성을 해 봅니다. 

씨를 넣어도 감감무소식에 어렵사리 나온 싹들도 비에 녹고 벌레에 먹히고, 웬만큼 키워 심은 모종들조차 쉽게 활착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작물 하나 탄력붙은 성체로 키우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배웁니다. 그나마 꽃대를 올리지 않은 치커리 3포기와 텃밭 랜드마크로 남겨둔 아주까리가 꾸준히 쌉싸름한 잎사귀를 제공해 주니 다행이네요. 앞으로는 작물이 살아있는 밭을 '갈아엎는' 일에 매우 신중할 것 같습니다.

주말 또 비가 오긴 했지만 물폭탄 이후 근 일주일간 맑은 날씨가 이어졌으니 작물들이 상당히 탄력이 붙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텃밭에 가보았습니다.


다행히 두번째로 넣은 쌈채 싹들이 모두 올라왔네요. 오랜만에 보는 빈 줄 없는 쌈채밭 모습입니다.


9월 초순에 넣어 바로 발아한 녀석들은 벌써 이렇게 많이 컸습니다.


새로 넣은 녀석들도 정말 앙증맞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새싹들이 참 예쁘네요. 그래도 아직은 깨물면 안되겠죠?


이렇게 하트를 그리며 애정표현을 숨기지 않는 녀석들까지...


정말 어렵사리 싹을 틔운 줄도 보이구요... 그래도 일단 싹이 나왔으니 물폭탄만 또 맞지 않는다면 2주 정도 후에는 제법 몰래 먹는 가을 쌈채 맛을 보여주지 않을까요? 


지난 주 물폭탄에 맞아 뿌리가 다 드러나고 대가 휘어 녹아가던 총각무들인데요, 대충 북을 준 것이 다행히 효과가 좀 있었나 봅니다. 주말에 또다시 이어진 비에 또다시 뿌리가 드러나 성장 상태가 좋지는 않습니다만 본 잎이 여러 장 나와 제법 컸으니 이젠 웬만해서는 죽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반 정도 솎아주고요, 나머지는 드러난 뿌리가 곧추 서도록 하나하나 북을 꼼꼼히 주었습니다. 솎은 것들은 하나도 버리지 않고 집에 가져왔습니다. 요즘 분위기에서는 웬지 하나라도 먹지 않고 버리면 벌을 받을 것 같은 느낌이... ^^;;;


역시 물폭탄 맞아 기울고 휘었던 노지 무들인데요, 지난 주에 솎아내고 북을 잘 주어서인지 제대로 허리를 펴고 튼튼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어서 땅 위로 불쑥 솟아오른 무우통을 보고 싶네요~


한냉사 안의 무들은 여전히 별 문제없이 잘 크고 있습니다만, 같은 품종의 무씨를 뿌렸는데 모양이 노지 무와는 참으로 다르네요. 바로 위 노지 무 사진과 비교해 보세요. 잎에 갈라짐이 훨씬 적습니다. 이 무슨 조화인지요? 환경이 다르면 모양도 달라지는 법인가요???


배추는 이제 성장 속도에 탄력이 붙은 것 같습니다. 잘 하면 김장 때 속이 든 배추를 수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한냉사 안에도 벌레들이 있는지 뜯긴 모습이 보입니다만 그래도 참 크죠?


바로 옆에서 함께 자라는데도 이렇게 차이가 지는군요.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구요...


윗 줄은 여전히 모종 수준입니다. 봄 쌈채같으면 늦게 자라는 녀석들이 나중에 효자 노릇을 하게 되지만 가을 배추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달랑 한 달 남짓밖에 안 남았으니 쟤들은 자리만 차지하고 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절대로 '갈아엎지'는 않겠습니다. 또 어떤 기상이변이 와서 겨울이 매우 따뜻하게 이어질지도 모르니까요. 이 정도면 반성 참 많이 했죠?


적갓도 어느새 본 잎이 아름답게 나왔습니다. 이 정도면 배추나 무 수확할 때 함께 수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장에서 채소를 사서 김장을 할 경우에도 갓을 구하지 못해서 갓 없이 김장을 하는 어이없는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요, 내 손으로 짓는 텃밭 김장 농사에서 배추, 무, 갓의 수확을 맞출 수 있다면 그건 참 환상일테지요. 


두벌 강낭콩은 봄처럼 많은 콩깍지를 달고 있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두툼한 것이 제법 실하게 영글고 있습니다. 조만간 강낭콩의 향과 맛과 색이 깃든 한 끼 현미밥을 먹을 수 있겠군요... 츄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