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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9월 18일과 23일 텃밭 상황 - 추석 물폭탄 맞은 텃밭

추석전 9월 18일 텃밭에 갔을 때만 해도 오랜 가을 장마를 이겨낸 작물들이 꽤 작렬하는 초가을 태양빛을 달게 받으며 튼실히 자라고 있어서 매우 흐뭇했었죠. 그리고 추석 기간 중에는 고향에서 폭염에 시달리던 터라 텃밭에 무슨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요, 귀경길에 차 안 라디오에서 수도권 물폭탄 소식이 들리고, 남부지방을 벗어나면서는 차창밖으로 계속 폭우가 쏟아져서 텃밭이 온전할지 심히 걱정되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23일 텃밭에 가보니 작물들 피해가 상당하네요... 


한냉사 안의 무, 배추는 별 피해는 없습니다. 이건 18일 한냉사 안 무 모습이구요,

 
이건 23일 무 모습입니다. 좀 더 자라고 좀 더 깔끔해진 느낌입니다. 흙도 쓸려간 자리 없이 오히려 더 폭신폭신해져 있습니다.


18일 찍은 한냉사 터널 안 배추 사진들이구요,




23일 찍은 배추 사진들입니다. 가을 장마에 녹아내리지 않은 것들은 물폭탄마저 이겨 내고서 그 와중에도 상당히 자랐습니다. 한냉사를 친 것은 외부 해충을 차단하기 위해서인데요, 강한 바람이나 굵은 빗방울을 분산 완화시키는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냉사를 치지 않은 밭에 비해 토양 유실도 적고 빗물에 뿌리가 드러나서 한쪽으로 드러누운 작물도 없습니다.


배추 모종이 녹은 자리에 뿌렸던 적갓들이 우루루 싹이 올라와 있왔습니다.(사진 아래쪽 한 줄) 한냉사 안에서는 새싹들도 별 피해가 없네요. 토양 유실이나 빗물에 의한 흙다짐이 적어서 드러누운 싹도 없구요.


이건 18일의 한냉사 치지 않은 노지 무밭입니다. 이때 보면 무들이 꼿꼿이 활기차게 서 있습니다만,


추석기간 중 물폭탄을 맞고서는 뿌리가 많이 드러났고요, 아직 연약한 뿌리인지라 몸통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 잎사귀들이 흙탕을 뒤집어 썼습니다. 사진은 23일 바르게 세워 흙을 북돋워준 후 찍은 것인데요, 무들이 기운 채로 몇일 적응하다보니 대가 휘어서 바로 세워도 역시 꼿꼿하지 못하고 삐뚤빠뚤입니다.며칠 지나면 또 바로 서겠죠? 북둗는 김에 무를 솎아주고요, 솎아낸 것으로 겉절이를 했더니 아삭아삭 꿀맛이네요~  
한냉사 안의 무보다는 노지의 무가 조금 더 크게 자랐습니다. 한냉사가 약간의 햇빛을 차단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그렇다면 무는 벌레 영향보다 햇빛 영향을 더 받는다는 결론이 나오나요? 그래서 무는 한냉사를 치는 경우가 드문가 봅니다.


18일 찍은 총각무 사진입니다. 우루루 올라온 총각무 싹들이 이렇듯 꼿꼿하고 아름다웠고요, 흙도 떼알 구조로 부드럽게 총각무를 덮고 있었지요. 그런데,


23일 가보니 처참합니다. 떼알구조 흙은 간데없이 평평하고 단단하게 다져져있고요, 본 잎이 자라기 시작한 총각무 싹들은 뿌리가 거의 다 드러나서 옆으로 쓰러진 채 흙을 뒤집어 쓰고 있습니다. 흙을 털어내고 다시 일어서지 못한 떡잎들은 여기저기서 흙에 녹고 있네요.
그래도 대부분은 이 사진에 보이는 총각무 싹과 같이 다시 허리를 일으켜 세워 하늘을 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애처롭고도 강인한 총각무 싹들이죠. 싹수가 있는 녀석들...^^


총각무 씨앗을 다시 넣을까 하다가 이미 본 잎이 나왔고 싹수도 있는 녀석들이니 그냥 살려보기로 합니다. 뿌리가 다 드러나거나 거진 녹은 것들은 솎아내 주었고요. 살만 하다고 생각되는 것들만 흙을 손가락으로 섬세하게 긁어모아 조금씩 북돋워 주었는데요, 대가 휘어 있으니 손가락으로 하나씩 세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세운다고 세운 것이 들쑥날쑥 여전히 처참하지만 씨앗을 다시 넣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이대로 두고 총각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믿어보기로 합니다. 음~ 상당히 곡선미 넘치는 총각무들을 수확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기대를 모았던 쌈채도 두 줄만 올라온데다가 올라온 싹들도 역시 뿌리가 드러나 녹고 있어서 조금씩 북을 주고요, 아직 소식이 없는 줄에는 쌈채 씨앗을 다시 넣어봅니다. 가을쌈채는 정말로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네요. 그래서 몰래 먹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