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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9월 12일 텃밭 - 총각무와 가을쌈채 파종

기나긴 가을장마 끝에 오랜만에 비가 없는 날씨가 왔습니다. 총각무 씨 뿌릴 때가 되어서 좀 늦었지만 덩달아 가을쌈채들도 파종하려고 여느 때처럼 신나게 텃밭으로 향합니다.


지난 주에 잘 세워 준 아주까리가 그 사이 비가 와서 또 넘어졌습니다. 깨와 차조기들도 어지럽고 가지도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고구마가 사방으로 침범하고 있구요...


겨우 서있는 아주까리를 텃밭 랜드마크 삼기 위해 흙을 북돋아주고 나머지는 모두 뽑아 정리해 버렸습니다. 고구마와 아주까리가 없는 부분은 다 뒤집어 씨뿌릴 채비를 해 둡니다. 


잠시 고개를 들어 옆 밭들을 둘러보니 배추 모종들이 비에 녹거나 벼룩벌레에 뜯겨 거의 전멸입니다. 잔치를 벌이고 있는 벌레들을 좀 찍어보았습니다.


만찬과 짝짓기... 벼룩벌레들의 천국입니다...


한냉사 안의 내 배추들도 많이 뜯기고 녹았습니다. 이렇게 뜯겼어도 활착만 하면 금방 가속이 붙을 것이고, 늦게 자란 배추가 맛도 좋다니까 아직은 희망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중간중간 비어 있는 곳이 배추 모종이 녹아버린 자리입니다. 아직 활착도 안된 상태같은데 얼마나 많은 모종이 죽어나갈지요... 보식용으로 가운데 심었던 녀석들은 원래 부실한 놈들인지라 이미 녹아 없어져서 보식도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와서 배추씨를 다시 뿌릴 수도 없고... 55일 배추 씨앗도 있다는데 그것이라도 사다 뿌려야 할지...


배추밭 한냉사 밖에는 두번째 심어 자라고 있는 강낭콩이 부지런히 꽃도 피우고,


콩깍지도 부지런히 답니다만... 봄처럼 확실하진 않네요.


무도 많이 뜯기고 녹았지만 그나마 나은 편인데 잡초가 좀 많이 자랐습니다. 벼룩벌레에게 맺힌 한을 풀듯 남김없이 완벽하게 풀을 뽑아주었습니다.


연두농장 푸른나무님이 보내준 가을 쌈채 씨앗들입니다. 가을쌈채들은 사위 몰래, 이웃 몰래 먹는다는 말들이 있을 정도로 맛이 좋다는데 많이 기대됩니다.


꽃대를 끝까지 올리지 않고 효도하고 있는 치커리 3개는 그대로 남기고요, 그 주변을 정리하여 한 줄씩 6가지 쌈채를 뿌렸습니다.


토종오이와 갓끈동부가 있던 자리에는 총각무를 좀 촘촘히 심었습니다. 발아가 잘 되어 잘 자라면 속아먹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3일 후 수요일(15일) 다시 가 보았더니 한냉사 안의 배추들이 또 3분의 1이나 녹아버렸습니다. 그 뒤로 맑은 날씨가 이어졌는데 이미 비가 많이 왔을 때 뿌리가 녹았던 것일까요? 배추가 녹아 없어진 자리에는 다음 주에 적갓을 심을 예정입니다. 갓 심을 자리가 없어서 고민 좀 했는데 마침 배추가 갓 심을 만큼의 자리를 남기고 죽어서 고민을 해결해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