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텃밭일기

7월 19일과 26일 텃밭상황 - 끝나는 놈, 번성하는 놈, 새로 시작하는 놈

장마철이어서인지 지난 7월 10일 싹을 보였던 열무가 지지부진입니다. 그때 심었던 쪽파는 잎이 길게 올라오며 모양을 갖추고 있는데 아직 별로 힘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추는 한심하기까지 합니다. 꽃대가 올라와 뽑아내기 시작한 봄 상추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 한 잎이라도 딸 수 있을까요?


상추와 적근대 등 봄에 심은 잎채류들이 마구 번창할 때 지지부진하던 갓끈동부가 지금은 하루가 다릅니다. 자라는 모습을 느낄 수 있을 정도라고나 할까요? 저 높은 곳은 마구 휘감아 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꽃도 피워댑니다. 곧 갓끈을 만들어 낼 것 같습니다.


오이도 선명한 꽃을 마구 피워대며 번창합니다.


손가락만한 조그만 열매를 매다는 것 같은데 어느새 훌쩍 크고 통통해져서 금방 노각이 되려고 합니다. 매일 가지 못하니 기회있을 때마다 크건 작건 마구 따줘야 또 자꾸 열매를 달겠죠?


가지도 매주 갈 때마다 서너개씩 달려줍니다. 지난한 28점박이 무당벌레의 공격을 잘도 버티네요.


고구마가 이제 슬슬 기지개를 펴며 마구 덩쿨을 뻗을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튼튼히 박았다고 생각했는데 토마토 지주대가 쓰러지고 말았네요. 너무 많이 달려 있었나 봅니다. 원 가지 두 개 중에서 하나는 밑둥이 완전히 부러져 버렸습니다. 아직 파란 상태로 어린이 주먹만한 토마토들을 갈무리해야 했습니다. 너무 설익어서 토마토 장아찌라도 만들어볼까 생각했습니다만, 손이 많이 가고 양도 적어서 그냥 바구니에 담아두고 익혀 먹기로 합니다.

마지막 남은 강낭콩을 수확하다가 문득 두벌콩이라는 말이 생각나서 어차피 몇개 안되니 심자하고는 콩대를 뽑아낸 자리에 바로 콩깍지를 까서 두 알씩 심고 왔습니다.

그리고는 25일까지 텃밭에 오지 못했다가 월요일 아침 일찍 짬을 내어 다시 텃밭을 찾았습니다.

싹이 올라왔던 열무는 또 이만큼 자랐습니다만, 뿌린 씨앗에 비해 발아가 너무 적습니다. 흙으로 덮어주지 않아서 노출된 것이 원인인 듯 합니다. 벼룩벌레의 공격은 여전합니다. 아직 파나 상추가 세력이 약해서 벌레에 대한 영향력이 적은 것일까요? 아니면 원래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일까요?


잎이 올라온 파들 중에는 이렇게 왕성한 녀석도 보입니다만, 대부분 여전히 약한 모습이고 바람에 꺽인 것들도 꽤 보입니다. 주변에 상추들도 조금씩 올라오네요.


밭 귀퉁이에 누가 먹고 뱉었는지 참외 같은 게 싹이 났습니다. 시기가 맞지 않아 결실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냥 두고 보기로 합니다.


강낭콩들이 1 주만에 싹을 올렸네요. 참 빠르기도 합니다.


어떤 것은 벌써 이렇게 잎을 펼쳤습니다. 몇 주 후면 또 강낭콩을 밥에 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무성하던 옆채류 밭이 황량합니다. 꽃대를 아직 올리지 않은 상추들을 남겼지만 더이상 기대하기는 힘들 듯 합니다.


이미 꽃대를 올려 뽑혀나간 치커리들에 치여 지내던 녀석들이 드문드문 남아 쥐구멍에 볕드는 못난이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적근대도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꽃대가 올라오지 않은 것들도 잎이 다 찢어지거나 발육을 더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토종오이는 보이는 족족 수확해야 하지만 요 녀석은 너무 작아서 안되겠습니다. 다음 주에 오면 아마 노각이 되려고 준비중일 겁니다. 어린 토종오이는 가시가 여리고 투명해서 유리 장식을 한 것 같군요. 하기야 어릴 때는 만물이 다 보드랍고 예쁘고 착하죠.


하~! 드디오 갓끈이 달렸네요!!! 지난 주 꽃이 피더니 이렇게 긴 콩깍지가 생겼습니다.


여기저기 주렁주렁 꽤 달렸습니다. 요거 언제쯤이나 따야 콩깍지째 먹을 수 있을까요? 저렇게 긴 콩깍지는 처음 봅니다만, 앞으로 훨씬 더 길어질 것입니다. 하나만 따도 한 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봅니다.


고구마 힘을 받았는지 하루가 다르게 번성하며 다른 작물들의 영역을 마구 위협하기까지 합니다. 이미 다른 밭으로 넘어간 줄기 끝을 걷어 올려 안으로 들여 놓았습니다. 내 고구마 키우려고 다른 밭에 피해를 주지는 말아야겠죠.


빌빌거리던 방울토마토는 주변 토마토들에 치여서 키만 멀대같이 크다보니 원 줄기는 벌써 꺽여 있습니다. 그래도 화방마다 열매는 달고 있네요. 다른 곁순이 자라고 있으니 원 줄기가 꺽였어도 열매는 몇 개 더 열리겠죠?


지금 옆채류의 제왕은 들깨와 차조기입니다. 들깨잎을 뜯어다 쌈을 싸먹으니 정말 향기가 좋습니다. 요즘 한창 제철인 병어를 뼈째 슥슥 썰어 된장과 매운 고추 올려 쌈싸먹으면 환상인데... 현미채식 중이라 각고의 노력으로 참고 있습니다. 쌈으로 다 먹지 못하고 한참 남는 차조기 잎은 매실 소금물 장아찌병에 꾹꾹 눌러 넣었더니 빨간 물이 조금씩 스며나와 매실 장아찌를 체리처럼 빨갛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빨간 물을 따라 차조기 향도 매실 알갱이마다 마술처럼 스며들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기쁜 소식!!! 토마토 곁순이 드디어 활착을 했습니다. 매주 갈 때마다 토마토 곁순 지른 것을 몇 개씩 밭에 심어 보았지만 다음 주에 가면 하나 같이 말라 형체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 심었던 것들은 이렇게 세 개가 나란히 살아 남았네요. 고추 곁순에 이어 '토마토 곁순도 심으면 모종이 된다'가 검증되었습니다. 아마 비가 자주 오고 해가 상대적으로 약해서 활착에 도움이 된 것 같네요. 어쨋든 가을에도 늦게까지 토마토를 따먹을 수 있을려나요? 자못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