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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7월 10일 텃밭 상황 - 잡초와 해충에 맞서기

기장밭 공동경작 모임이 7월 10일 토요일 5시에 있어서 그 전에 텃밭을 좀 돌아보기 위해 오후 3시 경에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7월 4일 일요일 이후 6일만에 텃밭에 가게 되는 것입니다. 감자밭에 감자 잔해와 풀 등의 유기물로 두텁게 멀칭을 하고 상추와 열무를 그냥 멀칭 위로 뿌린 다음 물을 주고 왔었는데 멀칭이 효과가 있어서 풀은 잡히는지 상추와 열무는 흙에 도달하여 싹을 틔웠는지 자못 굼금합니다.

가는 길에 근처 농협에 들러 쪽파 반 단을 샀습니다. 상추와 열무 사이사이에 심어서 충 기피 효과도 보고 김장 때까지 오래 쪽파를 길러 먹으려는 계산에서 인데요, 잎이 거의 다 녹아 상태가 엉망인데다 시장에서 파는 쪽파의 1/4 단도 안되는 것이 무려 3,750원이나 해서 놀랐습니다. 영양이 살아있는 싱싱한 채소를 싼 값에 먹기 위해서라도 모든 도시인들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조끔씩이나마 텃밭을 가꿔야 한다는 생각도 했구요...
 
텃밭은 이동거리가 0에 가깝고요(유통 중 보존을 위한 방부제나 농약을 칠 필요가 없음), 믿을 수 있고(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치지 않음), 지나치게 낮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고, 도시 공기 정화 및 지구 온난화 방지에 기여하며, 정신건강에도 좋은(녹색이 주는 안정감과 바람직한 여가활동)  것 같습니다. 


강낭콩은 수확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부는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지만 반 이상은 콩깍지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반 정도를 수확했더니 우리 가족 밥 한끼에 넣을 분량이 수확되었습니다. 왕성한 감자밭 옆에서 감자 그늘에 가리고 오가는 사람들 발에 치이고 바람에 쓰러지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결실하는 모습... 질긴 놈이 이기는 법입니다.


지난 주에 연장해서 설치한 오이망이 부족하다고 갓끈동부가 벌써 아우성입니다. 드높은 오이망 위로 덩굴을 마구 뻗치고 있는 모습이 마치 젊은이들이 인기가수 공연장에서 '풋춰핸섭(?)'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어차피 내 키로는 더 연장할 수도 없으니 거기까지 한도 내에서 지지고 볶고하며 콩깍지를 매달아야 할 겁니다. 정말 갓끈만큼 긴 콩깍지가 열릴 것도 같습니다.


앙증맞은 토종오이가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달랑 하나 열렸습니다. 어쨋든 보이지 않는 곳에 암꽃들이 피어 하나씩이라도 결실을 하니 다행인데요, 다른 밭들처럼 좀 여러 개가 열려서 싱싱한 것도 있고 노각이 된 것도 보이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토마토들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조기에 곁순을 잘 잘라주지 않았고, 비료도 전혀 주지 않아서 알이 작습니다. 벌레들의 공격을 받지 않은 것들은 이렇게 깔끔하고 귀엽게 익어갑니다만,


벌레의 공격을 받은 것들은 매우 처참합니다. 이 토마토는 벌레가 구멍을 뚫고 과육 안에 알을 낳은 것 같습니다. 아마 애벌레들이 토마토 안에서 성장하는 상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구멍이 뚫리지는 않았지만 표면에 줄이 그어진 것들도 보이는데요, 28점박이 무당벌레가 도로를 낸 것 같습니다. 그대로 상처가 아물면 먹을 수 있는데, 어떤 것은 아물기 전에 터져서 먹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지에 대한 28점박이 무당벌레의 공격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습니다. 잎파리를 갉아 먹는 것을 넘어 가지 열매에 대형 문신을 새겨 놓습니다. 잔인하지만 오늘 20 마리 정도의 무당벌레를 터뜨려 죽였습니다. 그래봐야 주변 밭들에도 워낙 많은 녀석들이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에 아작이 났던 아주까리 잎이 마르지 않고 계속 자랐네요. 그렇게 뜯기면서도 성장을 한다는 것도 신기하고요, 다른 잎들은 멀쩡한데 그 잎만 그렇게 된 것도 참 신기합니다. 아주까리가 대해충 방어 전략을 구안해서 실행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식물이 움직이지 못하고 지능이 없다는 것은 인간의 자기 중심적 판단착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속 카메라로 찍은 식물의 움직임을 담은 영상을 빨리 재생해보면 낮밤의 빛의 강약에 따라 꽃잎을 열고 닫는 모습, 장애물을 피해 가지를 뻗는 모습, 의지할 곳을 찾아 덩쿨손을 움직여 움켜잡는 모습, 벌레가 갉은 자리를 치료하는 모습 등을 볼 수 있습니다. 탐욕스러운 동물의 수탈을 활용하여 멀리 이동하고 번식하는 식물의 지혜에 비하면 나누고 공존하기를 거부하며 벽을 쌓고 약탈하다 망하고 병드는 인간은 동물 중에서도 가장 하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움직임과 생각의 '속도'가 뭐 그리 중요한가요? 그 빠른 속도로 자신의 안식처를 파괴하고 있는데요...


벌레가 많아지니 천적도 나타납니다. 내 텃밭에 거미들이 포충망을 설치했습니다. 요놈은 얼굴이 물소 모양으로 순박하게 생겼구요...


요놈은 집도 특이하고 덩치도 제법 큰데 얼굴마저 저승사자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날파리만 잡지 말고 벼룩잎벌레와 28점박이 무당벌레들을 많이 많이 잡아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온이 높아서인지 열무싹과 상추싹이 모두 올라왔네요. 오동통하게 보이는 것이 열무싹이고요, 주변에 작게 보이는 싹들이 상추싹입니다. 




제법 두터운 멀칭을 뚫고 올라올 수 있으려나 했던 걱정은 기우였군요. 그런데 뿌리채 뽑아서 함께 덮어준 풀들이 마르질 않고 그대로 살아서 벌써 밭을 덮으려 합니다. 뿌리털이 한오라기만 땅에 닿아 있어도 전체가 파릇파릇 살아나는 무서운 놈들입니다. 멀칭을 하려면 뿌리를 꼭 잘라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가져간 파는 위 줄기를 잘라내고 열무 밭에 사이사이 심어보았습니다.


감자 캐고 열무씨를 뿌렸던 멀칭한 밭에도 멀칭을 헤집고 쪽파를 사이사이 심었습니다. 해충들이 파냄새를 싫어한다는데 과연 열무싹이 얼마나 보존되는지 결과를 지켜봐야겠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김장 배추와 무를 심을 때에는 수월하게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완두콩은 지난 달에 콩깍지가 잘 마른 것을 몇 개 까서 알맹이를 바짝 말려서 작은 지퍼백 속에 담았구요, 오늘 수확한 강낭콩 중에서 일부를 역시 까서 말리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내년 텃밭에 충분히 심을 수 있는 분량입니다. 초보 도시농부가 벌써 내년 농사 준비군요.^^; 콩류는 채종하기가 쉽지만 토종상추, 토종오이, 적근대, 차조기 등은 상당한 인내와 기술이 필요할 듯 합니다. 

외국 종자회사들이 무지막지한 장난을 쳐서 작물의 지속가능성을 거세한 심각한 상황입니다. 농부의 개인적 자급자족은 물론 토종종자의 보급, 나아가 지구 전체 자연 환경의 계속성을 위해 내가 키우고 있는 모든 작물의 자가 채종을 꼭 성공시키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