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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무소의 뿔처럼 홀로 걷기, 그 놀라운 즐거움!

지난 6월 4일 둔내 자연휴양림 산책로를 따라 전망대를 지나 1200 고지 청태산 정상에 도전하였습니다. 세상 번뇌를 잊고 오로지 진리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홀로 말이죠... 뭐 아무도 함께 가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할 수 없었던 측면이 더 많았지만서도... 


가는 길에 수많은 야생화가 보입니다. 이거 은방울꽃 맞죠? 가는 길 내내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홀로 가는 길에 은방울을 울려주는 것 같습니다.


벌깨덩굴입니다. 요것도 아주 아주 많았어요.


피나물입니다. 가끔 보이는데 강한 빛을 받아 노랑이 선명합니다. 홀로가기의 우울함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듯...


풀솜대입니다. 예전에는 산길에 이름모를 꽃을 보며 가는 즐거움... 운운했을텐데, 이제는 야생화 모임 덕분에 홀로 가는 산길에 가끔 아는 꽃을 만나는 즐거움이 쏠쏠합니다. 아는 만큼 더 잘 보이네요.


이런 모르는 꽃을 만나는 것도 즐거워요. 공부 좀 더 할 걸... 하면서요. (미나리냉이라네요~)
홀로가기의 즐거움은 자기주도적 학습과 같아요. 속도도 경로도 내맘대로 거든요. 함께 가면 맛볼 수 없는 궁극의 기쁨이죠...


둔내자연휴양림에서 산책로를 따라 휴양림내 전망대로 올라가면 전망대 뒤쪽으로 청태산 푯말이 있는 등산로가 외길로 나있습니다. 계속 가다보면 최초로 삼거리가 나오는데요, 아무런 이정표가 없어서 매우 난감합니다. 갈등 무지 때리더군요. 순간의 선택이 하루를 좌우한다... 홀로가기의 문제점일까요? 아니면 이마저도 좋은점일까요?
저는 왼쪽을 택했는데요, 버스타고 오는 길에 왼쪽 편에 청태산자연휴양림 이정표를 보았던 것 같습니다. 길치지만 이런저런 정보들에 최대한 기대는거죠.
왼쪽 길을 따라 계속 가니 결국 이런 표지판이 있는 헬기장이 두 번 나오더군요. 만약 오른쪽으로 갔다면 성우리조트까지 8km를 걸어갔겠죠.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두번째 이정표에서 정상까지 가는 길에 만난 열매인지 꽃인지 모를 야생화네요. (붉은 참반디 랍니다.)


미나리냉이 위에 등에같은 벌레가 작업 중인 것을 포착해 보았습니다.


졸방제비꽃이랍니다. 역시 지천입니다.


드디어 정상입니다. 약 1시간 30분 정도 걸었네요. 1200 고지라고 해서 오늘 내로 돌아올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애개개 입니다. 둔내 휴양림이 워낙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나보네요. 관악산 보다 더 쉽다니...


혼자놀기의 진수... 인증샷!


큰앵초랍니다.
내려오는 길은 같은 길을 가기 싫어서 청태산 자연휴양림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좀 불안하기는 했지만 약간의 스트레스는 건강에도 무지 좋다고 하니까... 도전을 싫어하는 제가 그날 뭔가 느낌을 받은 듯 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한 여름인데 아직도 산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네요. 기온이 낮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내려오는 길의 반은 산철쭉 길이었던 것 같아요.


청태산 자연휴양림 입구까지는 내려오는 길이라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좀 가파른 길이어서 인지 지팡이를 신경써서 짚었는데도 무릎이 아팠어요. 
청태산 자연휴양림 입구 숲 가 벌판에 미나리아재비가 노란 벌판을 만들고 있네요. 사주경계, 주변을 둘러본 다음 꽃 속에 파묻힌 모습을 셀카로 찍는 홀로가기의 만행을 저지르려다 그만두었답니다.


청태산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둔내 자연휴양림 입구까지는 국도를 걸어야 했습니다. 아무런 이정표도 없고 지도도 없어서 그냥 감으로 또 왼쪽으로 무조건 방향을 잡았드랬죠. 시간이 넉넉하니까 오히려 길을 잃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청태산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둔내 자연휴양림 입구까지는 국도인데 '구 영동고속도로'라고 푯말이 있더군요. 그리고 차들이 거의 안 지나다녀서 좋았습니다. 1 시간 정도 걷는데 딱 5대 보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넓은 도로를 홀로 고요히 걸어본 적 있으신가요? 이 국도가 또 영동고속도로 위를 가로지르더군요. 그래서 영동고속도로 사고현장(?)도 고가 위에서 목격하는 즐거움(?)을 맛보았습니다.
국도 변에도 이런 저런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습니다. 붉은토끼풀입니다.


하나 더 보시죠~


국도가 둔내휴양림 입구에 가까워올 무렵 일부러 마을 황토길로 내려섰습니다. 여정이 끝나가는데 마을 입구 구멍가게에서 시원한 막걸리에 신김치 안주 좀 먹어볼 수 없을까 하는 꿈을 꾸면서요... 내 텃밭에 키우는 감자, 고구마, 상추, 열무 등등의 작물들이 대규모로 키워지는 밭들을 지나는 것도 예전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마을 길가에 핀 고들빼기 꽃을 찍어보았습니다. 참 예쁘네요. 고들빼기 김치도 죽음이죠~~


마을길에 무슨 횡성한우 파는 가게만 크게 보일 뿐 구멍가게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어서 막거리는 커녕 맥주도 못마시고 하릴없이 둔내 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섰습니다. 마을길에서 영동고속도로 밑으로 길이 나있네요...
둔내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민들레가 예뻐서 찍었는데요, 뒤에 천천히 라는 교통표지판이 희미하게 찍힌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멋진 작품 사진 나왔네요~~ 미시세계를 즐기며 천천히 가라는 자연의 철학이 담긴 사진인 것 같습니다.


다녀와서 구글지도에서 위성사진과 지도를 출력해 보았습니다. 내가 지난 경로를 대충 빨간색으로 표시해 보았네요. 빨리 달려서 돌면 1시간 30분이면 될 것 같구요. 야생화 감상하며 천천히 누군가와 함께 돌면 5시간이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10시 30분에 출발해서 2시 30분에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홀로가기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바로 홀로가기의 놀라운 즐거움입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남도의 국도를 뙤약볕에 끝없이 걷는지 알겠더군요. 나중에 한 일주일 잡아서 우리 딸들과 함께 걸어보자고 아내와 예약을 했답니다. 물론 아이들이 동의해야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