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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5월 21일 텃밭 상황 - 도시농사의 기쁨!

초파일 광명텃밭에 다녀왔습니다.
작물이 부쩍 자라는 시기라는데 지난 주에 못갔으니 2 주만에 가는 거라 작물의 상태가 매우 궁금하였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황량하던 텃밭이 괄목상대할 정도로 무성해져 있네요. 이 정도까지 자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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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모습입니다. 감자씨를 직접 심은 감자밭과 씨를 직접 파종한 쌈채류 밭은 무성합니다. 쌈채밭 한가운데 심었던 파는 단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네요. 중간에 한 줄 빈 곳이 선명하네요. 뭔가 잘못 심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대파와 쪽파을 구분하지 못하고 파종한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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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상추인데요, 정말 어마어마 합니다. 입 한 장이면 두 사람이 나눠서 쌈 싸먹어야 할 정도로 큽니다. 벌레먹은 자리 하나 없이 윤기가 좌르르, 깨끗합니다. 꽃상추, 청상추만 보다가 토종상추를 보니 매우 맛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운데 작은 잎들만 남기고 주변의 큰 잎들을 죄다 수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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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상추입니다. 역시 엄청 잘 자랐습니다. 잎을 따지 않고 솎아주듯이 큰 놈들을 칼로 밑둥을 잘라 수확했습니다. 수확하다보니 모두 너무 커서 거의 다 수확해 버린 것 같습니다. 양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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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근대입니다. 어떻게 수확하는지 몰라서 역시 밑둥을 잘라왔는데, 잎이 더 크면 큰 잎들을 끊어와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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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커리입니다. 역시 너무 무성해서 일단 잎을 마구 끊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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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갓은 너무 방치한 것이 분명합니다. 가운데 줄기를 끊어 줘야 옆으로 퍼질텐데 끊어주는 것이 너무 늦어 대가 너무 굵어졌습니다. 그래도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옆으로 나오는 줄기를 남기고 가운데 윗 부분을 알뜰하게 수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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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는 매우 무성합니다. 뿌리가 굵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감자 캘 날도 이제 2개월 정도만 있으면 되겠죠? 바로 캔 감자를 쩌 먹을 때 느낄 수 있는 포슬한 식감과 감칠 맛에 대한 상상에 침이 약간 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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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하이라이트 열무입니다. 얼마나 무성한지 다소 늦은 감이 있습니다. 좀 여린 열무를 수확하고 싶었는데 꽃대가 올라오는 놈들도 있었습니다. 2주 전만 해도 벌레 구멍만 많고 너무 작아서 먹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는데 그 사이에 이렇게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작은 것 몇 개만 남기고 죄다 수확해야 했는데요, 시장에서 판매하는 열무 량으로 보았을 때 약 3단정도를 수확한 것 같습니다. 집에 와서 열무 김치를 버무려 담궜습니다. 약간 질기고 구멍들도 많지만 유기농으로 내가 직접 키운 것이라 믿음이 가고 물리적인 맛에 뿌듯함이 더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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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 꽃이 참 예쁘네요. 열무 꽃 몇 개는 남겨서 씨앗을 채종해 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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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쌈채류 밭 한 컷! 정말 보기만 해도 풍성하죠? 살면서 이런 날도 있네요.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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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들이 줄기를 뻗으며 잡을 곳을 찾아 아우성입니다. 주변에서 잡초 마른 가지들을 꺽어다 지주대로 꼽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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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 꽃이 피었습니다. 요놈은 어떤 분이 제가 없는 사이에 나뭇가지를 꼽아 주었네요. 집에서 아내가, 텃밭 작물들을 근처 사람들이 가져가지는 않았냐고 물어서 가져가기는 커녕 완두콩에 내 대신 지주대를 꼽아주었다고 했더니 놀라워하더군요. 그래도 고마운 분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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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낭콩들도 무럭무럭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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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에 심은 토마토 모종에 꽃이 피었습니다. 토마토 곁순이 몇개 보이는 것 같아서 질러주었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토마토, 고추, 가지 등 모종을 심은 것들은 아직 생육이 왕성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뿌리 활착에 많은 힘을 쏟아 부은 것 같습니다. 토마토에 지주대를 세우고 빵끈으로 8자 고리를 묶어 주었습니다. 고추는 조금 자란 부분을 지주대에 더 고정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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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조기 싹이 드디어 우르르 앞다투어 올라왔습니다. 깻잎보다 더 맛나다는 녀석들인데 무럭무럭 자라야겠죠? 그 옆에 들깨도 심었는데 3개밖에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깻잎도 좋지만 특히 깨송이를 수확해서 맛보고 싶었는데 이거 좀 차질이 생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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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 아주까리도 드디어 힘차게 나왔습니다. 요놈들은 잎을 따서 말려서 나물로 먹으면 그렇게 맛나다는 놈들이랍니다. 자못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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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끈동부와 토종오이도 드디어 올라왔습니다. 갓끈동부는 요즘 각광을 받는 토종 작물입니다. 콩깍지가 무려 80센티미터나 되도록 자라고 콩보다는 콩깍지 전체를 요리해 먹는 건강식품입니다. 손가락만한 오이가 앙증맞게 열리는 토종오이도 정말 맛있는 녀석이랍니다. 기대만큼 소식이 없어서 걱정 참 많이 했는데 드디어 올라와 주는군요. 심은 씨앗에 비하면 반타작입니다만 그래도 너무나 다행스럽고 무척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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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혀 이럴 필요가 없는 상태이지만 너무 기쁜 나머지 오이그물을 치고야 말았습니다. 갓끈동부와 토종오이가 타고 오르기엔 다소 부족하지만 옆 밭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좀 낮게 쳤네요. 그나저나 요 그물을 다 덮게 되면 바로 안쪽 고추들이 피해를 좀 입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니들이 참아라 잉~ 갓끈 동부와 토종오이가 나에게는 너무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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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이 워낙 잘 자라서인지 풀들이 생각만큼 많이 자라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풀을 가위로 잘라주었더니 자연스럽게 멀칭이 되는 듯 합니다. 풀이 더 빨리 자라서 흙을 더 두텁게 덮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식물성 음식물 쓰레기 말린 것들을 덮어주고는 있지만 양이 많이 부족했는데, 앞으로 풀이 더 자라고 주변의 언덕 등에서 풀을 베온다면 김장용 채소를 심기 전까지는 충분히 두터운 멀칭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닐 멀칭이 아닌 천연 풀 멀칭을 살짝 열고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는 즐거운 자연농법 상상을 해봅니다.

사실 오늘 일찍 텃밭에 나간 것은, 기장 공동 경작 팀에 가입하고 지난 주 오리엔테이션에 못가고 토요일도 약속이 있어서 나갈 수가 없어서 오늘 기장밭 뒤집는 일이라도 하려고 한 것인데 기장밭이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공동경작팀원도 한명도 없는 것 같아서 내 텃밭 일만 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4시쯤 집에 와서 수확한 열무로 열무김치를 담고 수확한 각종 쌈채 왕창 넣어 막국수를 버무려 점심 겸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싱싱하고 쌉쌀한 맛에 아이들도 좋아라 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도 아직 19/20의 쌈채가 남았습니다. 현미채식을 한 지 5개월인데 그동안 생야채 구하기도 힘들었고 비싼 유기농 야채 사먹는 것도 눈치가 많이 보였습니다. 이제 매끼 먹을 생야채가 생겨서 느무느무 행복합니다. 도시농업,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