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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생각

수리산에 핀 변산바람꽃 한 송이

2월의 마지막 금요일, 변산바람꽃을 보기 위해 수리산에 다녀왔습니다. 추위가 좀 길어서인지 아직 본격적으로 피지는 않고 꽃봉오리들만 여기저기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꽃이 피기 전의 변산바람꽃봉오리는 워낙에 낙엽이나 바위색과 비슷해서 전문적인 시각이 없는 저같은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우리를 인도해주신 전문가가 한 분 계셔서 큰 어려움 없이 새로 돋는 꽃봉오리들의 생명력을 만끽하고 왔답니다. 다녀와서 만들어본 플래시 퀴즈인데 한번 풀어보시면 얼마나 찾기 힘든지 실감하실 겁니다들...

[Flash] http://etworld.tistory.com/attachment/cfile25.uf@151C940B4B87E6BABB1166.swf




자, 위에서 연습들을 좀 했으면 아래 사진에서는 별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겠죠? 사진의 한 가운데를 유심히 보세요. 작은 꽃봉오리가 10시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이죠?

아직 완전히 피지는 않았지만 청초한 모습의 변산바람꽃입니다. 야생화는 우아하고 단아해서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고 깊은 멋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야생화를 보다가 결혼식장이나 졸업식장 등의 화려한 꽃들을 보면 어딘지 좀 화려하다 못해 좀 경박하다는 느낌도 들더군요.

물방울 머금은 변산바람꽃 봉오리도 감사하세요. 머리 어지럽도록 고개 처박고 야생화 탐사하는 갑어치를 느끼게 하는군요.

드디어 활찍 핀 녀석입니다.
그날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본 만개한 변산바람꽃이죠. 혹시 날이 좋아 오후에 더 필까봐 근처 수암봉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살펴 보았지만 요 녀석만 홀로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아직은 수리산이 변산바람꽃을 모두 허락하진 않았나 봅니다...


접사로 찍어서 커보이지만 사실은 이렇게 작은 녀석이랍니다. 자연은 작고 작아도 이렇게 아름답고 경이롭습니다.

작년에 바위떡풀을 처음 보았는데요, 얼마나 작은지 스치는 공기의 움직임에도 마구 떨릴 정도로 가녀린지라 끝내 초점을 못잡고 말았습니다만, 흡사 붓글씨로 쓴 큰 대자를 가장 아름다운 비례로 휘갈긴 모습이었습니다. 세속의 모든 크기와 규모를 자랑하는 것들을 단획에 무릎 꿇리우는 놀라운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 때 느꼈다고나 할까요?

수리산에는 3월 초에 변산바람꽃이 한창일 것이라고 합니다. 미래에 대한 온갖 걱정과 조바심을 내려놓고 오늘 하루 마음을 활짝 비우고 즐겁게 야생화의 작은 세계를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그려려면 산 위에서 멀리 내려다보는 습성, 힘없는 작은 세상들 죽든말든 아무 상관없이 마구 걷는 습성들은 버려야 한다는 것, 잘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