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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요리

맛 블로거 유감!

맛집 소개 블로그가 넘친다.
대중적 인기가 있으니 돈을 벌건 좋아서 하건 뭐 블로거 개인적으로는 보람된 일일 수도 있겠다.
현미채식만으로 3끼를 먹다보니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이 뚜렷해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맛집 블로그가 많다는 것이 예민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온갖 개인 요리 소개까지 합하면 그 점유율이 훨씬 더 심할 것이다. 블로그는 바야흐로 먹자판이요 맛집 창궐이다.

이것이 왜 심각한가?
우선 맛 블로거나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나 요리 프로그램들은 십중팔구 육식이다. 차고 넘치는 영양 과잉으로 비만에 빠진 현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몸뚱이를 불리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고혈압 환자 1천만시대에 당뇨, 뇌혈관질환, 치매, 고지혈, 고콜레스테롤 등등 성인치고 하나라도 걸리지 않은 것이 없는 불건강한 사회에서 맛 블로거들은 자신의 글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어도 좋은 것일까?

또한 넘치는 맛 블로그와 각종 프로그램들은 정상적인 3끼 식사 습관을 파괴하고 아무 때나 음식을 먹도록 유혹하며 오늘도 선량한 시민 하나하나를 잘못된 식습관에 빠지게 하고 있다. 독서를 하거나 가족과 다양한 문화활동을 하거나 스포츠를 해야할 시간을 할애하여 배 지방을 두터이 하고 혈관을 좁게 하는데 불문곡직 빠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갈수록 정상적인 식습관을 가진 사람은 설 자리가 없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주라도 씹어 삼켜야 자리를 지킬 수 있으니...

얼마전 미국에 사는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TV, 라디오, 신문, 인터넷에 온통 먹자판 잔치고 무수히 늘어나는 외식업체들을 보며 우리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고 어떤 사회인지 참으로 한심하다는 듯한 한숨소리를 들은바 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먹자판에 매달리는 것인가?

있는 사람들은 돈이 남아돌아 비싼 맛집을 찾고 없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밥상을 차릴 시간과 여유가 없어서 쓰레기 음식을 사먹는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다. 일터에서는 정상적인 노동시간을 턱없이 넘어서 가정을 파괴할 정도의 살인적인 야근과 출장을 일상화하고 있으니 가정식이 가진 식재료 본연의 깊고 순수한 맛을 느껴볼 여유도 없이 화학조미료건 천연조미료건 온갖 조미료가 가득 얹어진 값싼 식재료 덩어리들을 사먹지 않을 수 없다. 점심시간마다 사무실 인근 음식점을 이리저리 비교하며 전전하던 버릇은 제 시간을 훨씬 넘겨 먹어야 하는 저녁 식사에 이르면 극에 달하게 된다.

부모들이 정상적인 식사를 제공할 여력이 없으니 아이들은 당연히 비리와 조작으로 버무러진 싸구려 학교 급식을 먹게 되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식재료로 만들어진 영원히 썩지 않는 햄버거와 라면과 피자들로 또 저녁을 떼우며 혹시라도 부모가 일찍 들어와 정상적인 밥을 차려줄까봐 전전긍긍하기까지 할 정도로 정크푸드에 중독에 되어 있다.

그래, 어쩌면 우리 모두는 마음껏 뭔가를 내뿜을 시간과 공간과 자유가 없어서 먹기만 할 수밖에 없고 먹는 것으로 자아 실현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마음껏 지혜와 몸짓을 발산해야 할 우리 아이들은 모두 입시에 억눌려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숨직이며 살아야 한다. 그들에게 허용된 것은 눈과 귀로 지식같지도 않은 지식을 쑤셔 박고 입으로는 온갖 보약과 정크 푸드와 기름덩어리들을 쳐 넣는 것 뿐이다. 이웃과 어울릴 공동체도 시간도 공간도 없는 놀이문화 부재의 어른들은 성공지향적인 삶에 얾매여 자신의 아까운 현재를 다 희생하면서 오로지 자극적인 조미료와 기름 범벅의 음식을 먹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회에서 맛집 블로거들은 매우 훌륭하게 적응한 성공사례이기만 한 것일까? 어떤 블로거가 비싼 맛집 방문을 자랑하고 있는 이 순간, 그가 인기 블로거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몸을 살찌우고 식습관을 흐트리며 불건강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성찰하면 안될까? 언제 닥칠지 모를 죽음을 초래하는 영양과잉을 만끽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들이 진흙을 먹지 못하면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인식하고 유감이라도 표명할 수는 없을까? 건강한 밥상을 되살릴 창의적인 제안들, 먹는 것이 목적이 된 많은 사람들에게 먹거리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복원하고 사회를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도구로 자리잡도록 하는 방법, 실천, 제도에 대한 맛깔스런 사례들, 환경파괴와 생명경시와 건강파괴의 저 야만적 육식을 격조높고 친환경적인 채식으로 바꾸려는 통쾌하고 중독성 있는 샤우팅, 뭐 이런 것들을 우리 블로거들이 해주면 안될까?

의식을 추스릴 여유가 없는 절대 다수 대중의 처연한 삶에 그냥 기대어 피를 빠는 블로거보다는 그들의 고단한 삶을 극복하고 건강과 품격을 되살릴 감동과 방법을 적시하는 멋있는 블로거를 백마타고 올 초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열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