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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영어...

학생의 영어수업 참여를 높이려면

영어시간에 학생들을 여러가지 수업 활동에 참여시키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중학교 1학년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수업 활동에 잘 참여하지만 2, 3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발표를 싫어하고 짝활동, 모둠활동 등의 협동 활동에도 잘 참여하지 않을 정도로 활력이 떨어진다. 청소년기 내적 자아의 발달,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발표하고 참여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나 그것을 '잘난 체 한다'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peer pressure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이런 내적 요인들과 더불어 입시 위주의 교육과 권위적인 학교 수업 분위기, 학교 수업을 주도할 만한 학생이라면 거의 누구나 받고 있는 사교육의 주입식 수업 영향 등 외적 요인도 학생의 참여 부재를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원인이라 생각된다.

내적 요인 때문이건 외적 요인 때문이건 수업 중 활동과 참여의 부재는 상호작용과 발화 기회 축소, 상호 교수와 수행 제한 등으로 학생 개개인의 학업 성취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창의성,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 토론과 협동성 등 학생 개개인이 중요하게 함양해야할 민주시민의 기본적 능력을 키우는 것을 방해하고, 나아가 수업 전체의 흐름을 막아 교수학습 활동을 불가능하게까지 한다는 측면에서 시급히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정책 마련과 별개로 실제 매일 매일 영어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영어교사의 입장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당장 시급하다.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여 실천해보고 그 성과를 광범위하게 공유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학생의 수업 참여 제고 방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교사는 학생들이 참여할 과업이나 활동에 대해 목표나 해야할 일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교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명확히 제시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참여를 처음부터 포기한다. 목표와 할 일을 쉽게 풀어 말하거나 추가적으로 칠판에 적거나 Worksheet에 적어 나눠주는 것, 나아가 함께 읽고 이해력이 다소 떨어지는 학생을 골라 확인하는 등의 세심한 과정을 통해 활동이나 과업의 목표가 명확히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알면 보다 많은 학생들이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목표를 알고 참여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헤매는 학생들을 위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세심한 안내와 참여를 쉽게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자신이 장래 희망에 대해 말해보자' 보다는 'I want to be a --.를 사용하여 자신의 장래 희망을 말해 보자'와 같이 골격(Head Sentences)을 제공하면 보다 많은 학생들이 보다 쉽게 장래 희망을 말하는 과업이나 활동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교사의 희망이나 기대와 달리 학생들은 참여까지 좀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영어교사가 학생을 참여시키려면 좀더 여유있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진도와 입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는 영어교사가 여유를 갖기가 힘들고 그래서 질문, 과업을 던지고는 바로 응답하도록 다그치다가 그냥 스스로 참지 못하고 학생이 할일을 대신하는 강의식 수업으로 나아가고 만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학생은 처음에는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해 좌절하다가 나중에는 배신감 때문에 좌절하여 참여 포기를 내재화하고 만다. 여유 있는 시간 배분, 진도에서 자유로운 수업 계획이나 및 일부 수업의 탈 진도 수업 할당 운영 등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스스로 참여하며 활동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을 통해 스스로 해볼 시간(Learning by Doing), 상호간의 토론과 논쟁(Learning by Discussion), 다른 학생이 한 것을 수정하며 교수(Learning by Teaching) 등의 소중한 경험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확실한 학습 효과를 얻게 된다.

학생들의 선택의 폭이 좁을수록 참여의 폭도 좁아진다. 따라서 참여를 넓히고자 한다면 질문, 활동, 과업을 보다 다양하게 마련하고 나아가 그것을 학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좋다. 예를 들어 보자. 1번 문제는 A가 풀고, 2번 문제는 B가 풀고... 하는 방식의 경우 A는 2번, 3번, 4번 문제를 다 알아도 1번 문제를 모르면 참여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반면, 여러 문제 중에서 자신이 아는 것을 골라 풀라고 한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므로 학생 참여의 폭도 넓어지고 부담은 적어진다. 더우기 먼저 할수록 유리하므로 쉽게 유도하기 힘든 초기 참여를 손쉽게 유도할 수 있다.

질문, 활동, 과업 등이 학생 자신에게 유의미할수록 학생의 참여가 높아진다. 아무 의미 없이 앵무새처럼 반복 연습하게 하기보다는 학생의 생활이나 취미 등과 연결시켜 말하게 하면 더 재미있고 언어의 실제 사용에 근접한 학습 상황을 만드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면, '과거형을 사용하여 문장 5개 만들기'보다는 '어제 집에서 한 일 5 가지 쓰기', '불러주는 문장을 받아 적기'보다는 '자신에게 참인 문장만 받아 적기'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으로 부터 다양한 피드백을 받아 수업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수업에 대해 여러가지 확인이나 피드백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수업이 잘 이해 되는가, 발음은 정확한가, 활동이 적합한가 등)에 대해 완성도 높은 설문을 구성하여 피드백을 받는 방법도 있지만, 더 나아가 아예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영어시간에 대해 평가할 설문을 구성하게 하고 그렇게 구성된 설문으로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와 같이 영어시간을 구성하는 수업 목표와 요목, 수업 방법, 평가 방법 등 전 영역에 걸쳐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그것을 적극 수업에 반영하면, 학생들의 영어 수업에 대한 책임감을 높여 수업의 주체로 세울 수 있고, 보다 학생 중심적인 수업을 할 수 있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학생의 참여를 높일 수 있게 된다.

물론 이와 같은 교사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학생 참여가 근본적으로 높아지지는 않는다.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 타파를 위한 교사 집단의 교육운동적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이런 교사들의 개인적인 노력들은 어쩌면 현재의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입시 경쟁 공부 지옥을 유지하는 땜질 처방으로 악용될 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모든 노력하는 교사들은 현재 딜레마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