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청매실 씨를 쉽게 분리하는 법
OnionJ
2009. 6. 4. 21:13
매실 장아찌에 중독된 아내가 유기농 매실 5kg을 샀다.
비싼 매실 장아찌를 직접 담궈 먹고 싶단다.
생 청매실의 씨를 빼자고 나를 부른다.
예전엔 청매실을 일단 설탕에 재놓았다가 몇 개월 후에 과육을 분리해서 장아찌를 담궜는데, 설탕에 잰 매실에서 씨를 분리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요즘은 생 청매실에서 먼저 씨를 분리해낸 다음 과육과 씨를 각각 설탕에 잰다고 한다.
매실에서 씨를 빼내는 방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칼로 일일이 과육을 잘라 분리해내는 엄청나게 힘든 방법 외에도,
- 열십자로 칼집을 낸 다음 주걱으로 누르는 방법
- 마늘 등을 분쇄할 때 사용하는 나무 방망이로 매실의 특정 부위를 내리치는 방법
- 소위 '매실작두'라는 나무도구 사이에 매실을 끼워놓고 눌러 매실을 으깨는 방법
- 소주병 밑면으로 매실을 툭 쳐서 매실을 순간적으로 매실을 깨는 방법 등이 나타났다.
위 3가지 방법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매실이 사방으로 튀거나, 손을 다치거나, 매실의 소중한 즙이 너무 많이 망실되는 등의 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역시 맨 마지막 방법이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소주병의 밑면은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 있으므로 매실을 내려치더라도 매실이 다른 곳으로 튀어 달아날 수 있는 가능성을 매우 줄여줄 것이다. 마지막 방법을 사용하기로 합의하였다.
일단 씻어 물기를 뺀 청매실과 내려쳐도 병이 깨지지 않을 나무도마가 준비되었는데, 정작 소주병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쉬운대로 밑면이 비슷하게 생긴 작은 우유병을 쓰기로 했다.
처음에는 매실을 아무렇게나 도마에 놓고 우유병 밑면 오목한 부분으로 수직으로 내려쳤더니 매실의 일부분은 분리가 되었으나 일부분은 여전히 단단하게 씨앗과 붙어 있었다. 한번 더 내려치니 가까스로 분리는 되었으나 귀중한 과즙의 손실이 많고 특히 매실이 너무 조각조각으로 으깨져서 장아찌로 담글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매실에서 씨앗을 분리하는 일을 하는 아내와 딸이 일은 더디고 손톱은 손톱대로 아프다고 아우성인데, 어찌어찌하다가 매실의 꼭지가 달렸던 오목한 부분을 아래로 해서 도마에 세우고 우유병으로 내려치니 과육이 씨앗에서 매우 명쾌하게 분리되는 것이다! 이후로는 이 대단한 발견을 통해 매우 쉽게 5kg이라는 엄청난 양의 매실을 단 30분만에 모두 분리해낼 수 있었다.
요즘 매실 장아찌나 매실청을 만드느라 노곤해지는 가정주부(또는 함께 가사를 분담하고자 하는 남편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 방법을 한번 써 보시기 바란다. 쉽게 청매실 씨앗을 분리하는 방법을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1. 도마에 꼭지가 달렸던 오목한 부분을 밑으로 해서 청매실을 세우고,
2. 밑면이 오목한 작은 병(소주병, 우유병)의 밑면 중앙으로 매실의 위 부분을 수직으로 내려치는데,
3. 경험으로 터득되는 적절한 힘조절은 당구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