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속물들의 성매매 공화국을 버티며...
OnionJ
2009. 3. 31. 18:32
지난 일요일 근 10년 만에 대학을 함께 다니던 고향 친구들의 연락을 받았다. 오랜만에 한번 만나잔다.
80년대 대학생활부터 졸업 후 상당 기간 대학 운동권과 이후 사회 운동까지 내 성장의 핵심 시기를 함께 보낸 친구들이고, 삶에 대한 고민, 사회에 대한 밤샘 토론 등을 곁들여 맛갈스럽게 마시던 싼 소주, 막걸리들 생각에 입에 침이 고이며 없던 기운이 소용돌이쳤다. 그래, 정다운 친구들 만나 추억을 보약삼아 힘 좀 받아 보자꾸나...
아쉽게도 나는 오늘 몸져 누웠다. 그날 받은 스트레스가 주범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일식집에서 서빙하는 아줌마에게 성적인 농을 던지며 팁을 주는 것, 이야기의 반은 천박하기 그지없는 돈과 사업 자랑이고 반은 성매매한 이야기, 시종일관 참고 듣다고 딱 한번 '아이고, 하여튼'이라고 한 마디 한 것 뿐인데 화장실 들렀다 나오니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옛날에도 그랬는데 더 고지식해졌다'고 나를 비웃고 있는 모습들... 그날 하루만 수십번 들은 '꼰대아니랄까봐' 운운... 노래방 굳이 가자더니 없다는 도우미를 기어이 부른다. 머리도 어지럽고 화도 나고 해서 자리를 박차고 바로 집으로 와버렸다.
나름 의식이 있고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 경력을 자랑하는 이들, 항상 나보다 원칙적이고 비타협적이어서 내게 부채감을 안겼던 내 자랑스런 젊은 시절의 친구들이 이렇게 속물화한 것이 정말 참을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본 도덕개념을 버린 채 물욕과 성욕을 채우기 위해 세상을 흐트리고 있을지 그 규모와 범위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이것이 대중의 일반적 삶의 모습이라면 오늘날 저 추악한 정치자본의 부폐와 성범죄 행각에 대한 반응이 왜 이리 사회적으로 담담하기만 한지 이해할 것도 같다. 그들에게 돌을 던질만한 사람들이 진정 소수인 것일까?
그렇다면 나도 삶의 궤도 수정을 해야 할까? 아쉽지만 그게 잘 안될 것 같다. 아마 부끄러움을 잠재우느라 남은 생을 다 보낼 것이다. 때론 개조가 힘든 내 소심함과 삶의 협소함에 자책하기도 하지만, 뭐 여러가지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많은 것 같으니 어쩌겠나.
가끔 젊은 시절의 추억이 그립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다시 만나는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