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강남이 잘 사는 이유, 강북이 못 사는 이유

OnionJ 2008. 7. 31. 10:23
학기 초에 학교에서 교복공동구매를 추진하다보면, 대기업 제품과 동일한 품질에 가격은 반 값에 가까우며 그 이상의 서비스(정기적인 무료 수선 등)를 제공하는데도 공동구매로 교복을 구입하는 숫자는 항상 불과 10~20% 수준이다. 나머지는 모두 두배 이상의 돈을 지출하며 대기업 제품을 산다. 반면에 강남의 경우 공동구매를 하면 훨씬 많은 수의 학생들이 구매한다고 한다. 이런 결과를 보면서 '강남 사람들이 잘 사는 이유가 있다'라고 자조 섞인 말을 내뱉기도 한다.

강북 사람들은 돈 버는 일이나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일에 있어서 체면과 도리를 아직도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천박'한 졸부가 되기보다는 '떳떳한' 가난이 나은 것인가...

그러나 똑같이 세금을 내고 정책적으로 예산이 편중되게 사용되는 상황에서 단결된 모습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더이상 천박이 아니다. 전쟁을 걸어오는 상대방이 있으면 그에 맞서는 폭력은 '숭고한' 것이다. 폭력이 싫다고 그냥 당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

강북은 근처에 지하철 역 하나 없는 곳도 많은데 강남은 이 역에서 저 역이 보일 정도로 촘촘하게 지하철이 깔려있다. 다른 모든 인프라들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편중된 정책으로 국민의 세금이 편중되게 사용되며 강남의 집값을 올리고 그들을 더욱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악재처럼 보이는 것이 공정택 당선의 효자로 작동했다. 임대아파트가 들어오지 못하게 교육청에서 앞장섰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강남의 몰표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들은 항상 이렇게 천박하게 뭉친다. 이런 도발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에 대응하는 강북 주민들의 태도다. 공정택의 교육정책은 자신들의 세금과 자신들의 자녀들의 무한한 희생을 전제로 한다. 돈독이 오른 천박한 단결에 비해 홍두께같은 자녀들의 희생을 막아야 할 강북인들의 숭고한 의지는 모래알처럼 표류하고 있다. 어디 그것이 교육문제 뿐이랴?

강북인들은 어린 학생들이 우리에게 화두로 던져준 촛불의 교훈을 배우기를 바란다.
큰 대의를 찾아 움직이는 시대는 지났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손해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다. 그런 이기적 행동이 큰 흐름이 되면 대의가 되고 그것이 촛불집회의 큰 물결을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한다. 눈을 부라리며(?) 자신의 몫을 주장하자. 강남이 더 가져가는 것에 대해 결코 용납하지 말자. 조금의 양보도 더이상 미덕이 아니다! 이러한 행동은 결코 천박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과 재산과 자녀들을 탐욕스런 무리들로부터 지키기 위한 숭고한 행동인 것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의 안타까움은 한 번으로 끝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