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텃밭일기

대단한 토종배추! 그리고 2010년 텃밭 결산

날씨가 추워진다고 해서 텃밭에 배추, 무, 갓을 다 뽑아 왔습니다. 노지에서 키운 것보다 한냉사 안의 배추, 무가 더 부실하네요. 아마 햇볕을 더 적게 받은 것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는 윗 부분만 두꺼울 뿐 아래로는 전혀 뻗질 못했습니다. 깊이 뒤집지 않은 단단한 흙과 가을 가뭄 때문이었을 겁니다. 왕통무 통째로 전라도식 싱건지 담글 꿈을 꿨지만 동치미 무보다 훨씬 작고 둥그런 무로 아쉬운 동치미를 담궜습니다.

배추는 갈라보니 속이 반쯤 찬 것도 있고 하나도 안 찬 것도 있습니다. 토종배추는 결구 자체가 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푸른 잎 위주로 담글려다가 양이 부족한 것 같아서 급히 농협에 가서 강릉 배추를 9포기 샀습니다. 5:1 소금물에 10시간을 절인 후 대체로 숨이 죽은 듯해서 씻어 물이 빠지도록 뒤집어 놓고 출근했다가 오후에 귀가하여 양념을 만들고 버무리려고 배추를 가져와보니...!!

농협에서 산 강릉배추는 숨이 죽은 그대로인데요, 제가 텃밭에서 키운 토종배추들은 노란 속잎은 물론 완전히 축 늘어졌던 푸른 겉잎들까지 모두 원상 복귀되어 쌩쌩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까? 밭에 다시 심어도 살 것처럼 잎이 모두 빳빳하게 원형을 되찾았습니다. 뭐 이런 대단한 배추가??? 황당했지만 다시 절일 수도 없어서 그냥 양념에 버무렸는데요, 죽었던 숨이 완전히 되살아나서 버무리기도 힘들고 부피도 많이 차지해서 김치통을 금방 채워버리고 체중을 실어 눌러도 바로 다시 부풀어 오릅니다... 토종배추의 생명력은 정말 대단하네요. 이거 연구대상인 것 같습니다. 절인 토종배추로 쌈을 하는데, 절인배추쌈이 아니라 생 봄동배추 쌈을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고소하고 깊은 맛이 일반배추보다 월등합니다. 가족들도 다들 맛나다고 하네요.

김장채소들 수확하느라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요, 비닐터널을 덮어준 쌈채들은 매우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비닐을 덮어주니 가을 가뭄에도 비닐 터널 안의 흙은 촉촉한 모습입니다. 추위도 어느 정도 막아주지만 무엇보다 수분 유지 차원에서 강점이 있네요.

집 앞에 텃밭이 있으면 낮에는 걷어서 햇볕을 쪼이고 밤이면 덮어주고 하면서 부지런을 떨면 겨울에도 추위에 강한 쌈채들을 수확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문전옥답의 필요성을 실감했네요.

일단은 2010년 텃밭을 김장채소 수확을 끝으로 마무리했다고 볼 수가 있는데요...

5평 텃밭에서 각종 쌈재, 감자, 강낭콩, 갓끈동부, 토종오이, 고추, 가지, 들깨, 차조기, 아주까리, 고구마순, 총각무 등을 정말 성공적으로 알차게 수확했구요... 열무, 무, 배추 등은 벌레들과 열악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고 보구요... 토마토, 고구마, 파 등은 실패한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2011년에도 텃밭에서 좋은 성과 있기를 바라구요, 특히 공동경작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세상과 자신을 구하는 생태적인 삶, 자급을 향한 진일보, 건강한 취미노작활동, 도시농업의 모범, 농사 전문성 심화 등 텃밭에서 꿀 수 있는 모든 꿈을 하나씩 일구어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