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10일) 담근 막걸리가 발효가 계속 되어서 거르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담근지 8일째인 오늘 오전에 보니 더이상 기포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대개 4~5일이면 거른다는데 누룩을 설명서에 적힌 권장량의 반만 넣은 것 때문에 늦어진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어쨋든 맑은 층과 탁한 층이 잘 분리되고, 냄새나 맛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아 실패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원래 전문가들은 누룩을 쌀의 5분의 1만 넣고, 또 효모도 술맛 버린다고 아예 넣지 않는다 합니다. 실패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한 저는 누룩을 쌀의 3분의 1이나 넣고 그것도 모자라 효모도 2스푼이나 첨가했습니다만, 다음에는 전문가들처럼 누룩도 줄이고 효모도 아예 넣지 않고 막걸리를 빚어보고 싶은 자신감이 생겼네요. 고두밥, 물, 누룩, 용기, 온도 등 가양주 제조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들을 잘 준비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큰 문제없이 좋은 술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거름망 위에 광목을 깔고 술을 부었습니다. 국자로 몇 번 퍼내다가 병째 들고 쏟고 있습니다. 먼저 맑은 윗물이 나오구요,
이어서 아래 가라앉은 건더기들이 나오는데요, 건더기가 불규칙하게 쏟아져 나오다보니 아까운 술이 몇 방울 주변으로 튀네요. 피같은 술이라는 말이 이럴 때 어울리는 말이 아닐지...^^
그런데 광목을 뚫고 술이 몇 방울 떨어지더니 건더기에 막혀 걸러지지가 않네요. 그래서 광목을 빼버리고 거름망에 직접 다 쏟았는데요, 여기서도 숟가락으로 바닥을 긁어줘야 술이 잘 걸러지는군요.
거진 걸려졌지요? 이 건더기는 아직 버리는 게 아닙니다. 믹서에 넣고 맹물을 첨가해서 잘 갈아준 다음 다시 거름망으로 걸러 합쳐줍니다. 이렇게 하면 술맛이 좀더 좋아진다는 설이 있더군요.
그리고 거름망에서 잘 걸렀다고 그냥 버리면 아깝죠. 거름망에서는 더이상 술이 나오지 않아도 이렇게 광목천에 넣고 짜면 한 사발이상의 걸쭉한 술이 쏟아집니다. 술을 최대한 짜내고 나서 광목을 펴보니 건더기들이 손에 묻어나지 않을 정도로 물기가 거의 없이 푸슬푸슬 부서지네요. 발효가 잘 된 술찌꺼기니 텃밭이나 화분에 뿌려주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대로 마시면 송명섭 막걸리와 같은 약간의 거친 질감에 좀더 진한 맛이 느껴질 것 같습니다만, 이왕 빚는 것 깔끔하고 부드러운 막걸리를 위해 한번 더 광목주머니로 거르기로 합니다. 그런데...
역시나 바로 막혀 술이 걸러지질 않습니다. 생각 끝에 병 속에 광목 주머니를 넣고 부억문 손잡이에 주머니를 매달아보기도 하고 주머니 바닥을 주걱으로 긁어보기도 하는 등 갖은 아이디어를 내보지만 어느 것도 여의치 않더군요. 결국 그 후 근 1시간을 손으로 눌러 짜고 흔들고 긁고 하며 고운 술 걸러내는데 힘을 쏟아야 했습니다. 술을 완전히 걸러내고 광목주머니 안을 보니 흰 찰흙과 같은 고운 찌꺼기가 한 줌 정도 남았습니다. 좀 아까운 느낌도 들었습니다만 과감히(?) 텃밭 가을쌈채들 주기로 합니다.
이렇게 해서 고운 막걸리 5리터가 빚어졌습니다. 맨 왼쪽 두병은 생막걸리 원액이구요, 가운데 자주색은 복분자액 200ml를 넣은 것입니다. 뚜껑에 W자 써진 것은 물을 80% 추가하고 유기농 설탕 5스푼을 넣은 것이구요, 맨 오른쪽 것은 원액에 꿀 7%를 섞은 것입니다. 이제 한 일주일 가량 숙성되면 더욱 맛이 좋아질 것입니다.
원액 생막걸리는 바로 냉장고에 넣구요, 단 것이 추가된 막걸리들은 상온에서 2~3일 더 발효시킨 다음 냉장고에 들어갈 것입니다. 텃밭에 갔다 5시간 쯤 후에 와보니 이렇게 맑은 청주 층과 아래쪽 탁주 층으로 분리가 되었습니다. 생막걸리로 보관하고 있는 원액 병의 맑은 윗 물을 따라내면 고급 청주가 되는데요, 이번 추석 처가집 차례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로 희석하고 설탕을 넣은 가운데 병은 벌써 발효가 시작되었습니다. 탁주층에서 기포가 올라오며 흰 포말이 맑은 층으로 솟구치는 장관(?)을 목격한 딸이 탄성을 지릅니다. 만저보니 병이 벌써 빵빵합니다. 좀 더 기다렸다 냉장고에서 며칠 숙성시키면 시중 생막걸리처럼 탄산이 올라오는 상쾌한 맛의 생막걸리가 될 것입니다.
도저히 숙성을 기다릴 수 없어 원액 생막걸리를 한 사발 따랐습니다. 한 모금 들이키니 좀 센 듯한 도수에 묵직한 쓴맛, 약간의 단맛, 부드러운 감칠맛이 고루 느껴집니다. 신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너무 일찍 거른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습니다만 첫 작품치곤 대만족입니다. 옆에 와서 한 모금 맛보던 아내가 죽 들이키며 한 잔 더 따르라고 합니다. 술이 아주 맛있다네요. 아껴 먹으라고 쪼잔함 내떨고 말았습니다.^^ 트림도 나오지 않고 느끼하지도 않고 속도 편안한 것이 참 괜찮습니다. 집에서 빚은 막걸리 맛을 보면 더이상 시중 막걸리를 사먹을 수 없게 된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초보인 제가 담근 술도 이러니 술 미각이 발달한 전문가들이 직접 빚은 술은 얼마나 맛이 좋을지 상상이 됩니다.
막걸리는 본래 한 말 이상 규모로 담궈야 제대로 맛이 나고 덧술을 여러 번 할수록 맛이 좋다고 합니다. 옛날 궁궐에서 담그던 술 중에는 십이양주까지도 있었다고 하네요. 다음에는 좀 더 규모를 키우고 밑술에 덧술을 추가하는 이양주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원래 전문가들은 누룩을 쌀의 5분의 1만 넣고, 또 효모도 술맛 버린다고 아예 넣지 않는다 합니다. 실패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한 저는 누룩을 쌀의 3분의 1이나 넣고 그것도 모자라 효모도 2스푼이나 첨가했습니다만, 다음에는 전문가들처럼 누룩도 줄이고 효모도 아예 넣지 않고 막걸리를 빚어보고 싶은 자신감이 생겼네요. 고두밥, 물, 누룩, 용기, 온도 등 가양주 제조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들을 잘 준비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큰 문제없이 좋은 술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로 희석하고 설탕을 넣은 가운데 병은 벌써 발효가 시작되었습니다. 탁주층에서 기포가 올라오며 흰 포말이 맑은 층으로 솟구치는 장관(?)을 목격한 딸이 탄성을 지릅니다. 만저보니 병이 벌써 빵빵합니다. 좀 더 기다렸다 냉장고에서 며칠 숙성시키면 시중 생막걸리처럼 탄산이 올라오는 상쾌한 맛의 생막걸리가 될 것입니다.
막걸리는 본래 한 말 이상 규모로 담궈야 제대로 맛이 나고 덧술을 여러 번 할수록 맛이 좋다고 합니다. 옛날 궁궐에서 담그던 술 중에는 십이양주까지도 있었다고 하네요. 다음에는 좀 더 규모를 키우고 밑술에 덧술을 추가하는 이양주에 도전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