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표준말을 아주 공손하게 쓴다고 가정해보자. 여자는 모두 단정한 무릎라인 치마 정장에 남자는 모두 짧은 머리, 단정한 검은 바지 차림이다. 모두가 똑같은 생각, 똑같은 취향, 똑같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아마 또다른 모양의 좀비들의 세계일 것이다. 현실에서도 이건 정말 끔찍한 일인데 하물며 극적인 흐름을 중요시하는 드라마를 이렇게 구성한다면? 안봐도 비디오다.
한 시트콤의 방자한 어린이 캐릭터가 무슨 주읜가 뭐신가를 받았단다. 요즘은 참 내가 오래도 살았구나 싶을 때가 많다. 웬 똥꾸빵꾸같은 녀석들이 그나마 누리던 아주 조그마한 내 재미마저도 통제하려하는 것이다.
이번 빵꾸똥꾸 사건의 본질은 현 권력이 매우 불공평하고 이기적이라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자신의 발언의 의미나 그것이 미칠 파장에 대해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아이가 극중에서 분노를 다소 과격하게 표출하는 방법을 문제삼으면서, 모방하기 좋아하는 10대들이 매일 보는 노출이 심하고 선정적인 댄스와 옷차림에는 매우 관대하며, 노상 깨부수고 음모가 판을 치는 어떤 드라마는 아무리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음모적이어도 아무 제재가 없다. 세상에 무수히 많은 공포영화는 도대체 누가 방영을 허락했나? 우리의 성의식을 완전히 흐트러뜨리는 막장드라마들은 온가족의 저녁시간을 도배하고 있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 생활에서는 그보다 더 방자하고 더 막무가내인 어린이들도 많다. 말하자면 그것은 과장이라기보다는 리얼리즘인 것이다. 그러저러한 사람들이 모여 부대끼며 살아가는 세상이다. 대부분의 아이들도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 정도는 알면서 보고 있고, 어른들도 '아,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는 고기 좀 덜 먹이고 야채 좀 더 먹여야 겠구나' 생각하며 본다. 극중 캐릭터 어린아이의 까탈스러움이 그렇게 위험하게 생각되는가? 나는 대통령이 거짓말하고 전과자가 가장 부자이며 친일파가 잘 사는 현실에 사는 많은 대중들이 진실과 정의와 배려와 협동과 봉사와 나눔의 가치들을 덩달아 도외시하고 물신욕, 이기주의, 편법, 비리에 오염되는 현실이 훨씬 위험하게 생각된다. 하루에도 수십번 '똥꾸빵꾸'보다 훨씬 해로운 모방거리를 내뿜으며 사는 이 삽질 똥꾸빵꾸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