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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비평

학교별 성적 공개의 비밀

2010년부터 학교별 성적공개를 강행한다고 한다. 내세우는 명분은 학교간 성적격차 해소란다. 소가 웃을 일이다.

학교간 성적 격차를 해소하려면 성적이 낮은 학교에 물적 인적 지원을 배가해야 할텐데, 오히려 그런 학교에 예산을 줄이고 교원들은 문책을 한다고 한다. 예산을 줄이고 교원을 문책한다는 것은 결국 현 정부의 모든 정책의 근간인 무한경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이와 같은 무한경쟁으로 학교 격차가 과연 해소될 수 있을까?

경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발상에 배경에 깔린 전제인 강남의 교사들은 모두 부지런하고 강북의 교사들은 모두 나태해서 성적격차가 생겼다는 생각 자체도 우습지만, 성적격차가 났을 경우 예산을 깍고 문책을 하는 등 강북 교사들을 더욱 악조건에 몰아넣는다는 발상 자체도 지나치게 기발(?)하다. 성적이 낮은 학교는 환경이 더욱 나빠지며 특히 교사들을 굴욕감에 빠지게 하므로서 자포자기 상태로 만들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이것으로 인해 모든 강북 교사들이 하나같이 깊이 반성(?)하여 심기일전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노력은 강남 교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에 교육 환경과 예산 격차가 인위적으로 더욱 벌어진 상태에서 성적 격차를 줄인다는 정부의 희망은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사기일 뿐이다.

교사의 실력 관점에서 (하등의 타당성은 없지만)강남의 교사는 실력이 뛰어나고 강북의 교사는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성적이 떨어지는 강북의 교사를 문책한다면서 어디로 보낼 것이며(강남으로??), 부족한 교사는 또 어디서 채워올 것인가? 강남에서 우수한 교사를 강북으로 보낸다면 강남 교사는 성적을 높이고도 강북으로 문책 인사를받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경쟁을 통한 문제해결의 원칙에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교사 문책은 결국은 이 천박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학부모용 립서비스일 수밖에 없다.)

학교간 성적 격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술한 요인들보다는 가정의 경제력에 따른 사교육 수혜 정도, 그리고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불균형 분포 등이 보다 본질적일 것이다.(다 아는 사실 아닌가?) 다시 말하면 전술한 요인들(즉 경쟁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최소한의 이유가 될만한 요인들)과 달리 현재 학교간 성적격차는 가진 자들이 사회의 대다수 국민과 담을 쌓고 살려고 하는 천박한 인식과 이를 기생케하는 정책의 변화 없이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해결될 수 없는 것이란 점이다. 강제로 강남교사와 강북교사를 바꿀 수도 없겠지만 그런다고 부유층이나 사교육 수혜를 많이 받는 성적만 높은 학생들이 강북으로 학교를 옮기거나 이사를 갈까? 이것이 성립하지 않는 이상 결국 예산을 깍거나 하는 짓은 성적 격차는 줄이지 못한 채 오히려 강북 학교를 더욱 할렘화하는 결과만 초래하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그렇다면 과연 현 정부와 서울시 교육감 공정택이 이런 기초적인 사실도 모르고 이런 황당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 결코 아닐 것이다. 그들이 정박아가 아닌 이상 교육에 몇년만 몸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을 왜 모르겠는가! 그들의 의도는 다른데 있다! 바로 학교의 서열화이다.

강남에서 자신들의 섬을 형성하여 배타적으로 살고자 하는 그들의 가장 큰 불만은 평준화와 학교별 내신성적이다. 대학입시에서 자신의 자녀들이 부당하게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평준화 해체와 학교서열화 및 대학 입시에서 학교별 성적격차 반영은 그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들이다.

그들의 생각과 달리 현재도 그들은 강북의 학생들에 비해 보이지 않는 많은 특혜를 누리고 있다. 학교 내신이나 수능도 사교육의 수혜정도가 갈수록 성적을 규정하고 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영어의 비중을 높이거나 영어만으로 합격 가능하도록 대학입시를 변화시켜 왔다. 많은 사립대학들은 불법적이고 음성적으로 고교간 성적격차를 아무런 근거없이 나름의 잣대를 만들어 적용해오고 있는 듯하다. 오늘날 주요대학의 강남학생 비율은 이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조치는 학교서열화를 명확히 노출시키고 고교선택제와 함께 평준화를 완전 해체하여 성적격차를 고교입시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으며, 나아가 강북의 학교를 철저히 할렘화하고 이를 통해 그나마 적은 수라도 주요 대학에 합격하는 강북의 학생들을 완전히 차단하여 자신의 자녀들인 강남의 학생들이 주요대학을 거의 100% 완전히 독점하도록 만들고자 하는 천박하고 이기적이고 부도덕한 행위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강북의 이기적 자기 주장이 집단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강남과의 사교육 경쟁에 매몰되며 만성적인 손해를 대물림하는 습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누구나 정상적인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방향으로 대입 제도의 개혁을 요구하며, 경제력을 통한 무한 사교육에 기댄 성적 중심의 강남 대학 독점을 강력한 저항으로 막아내야 한다. 사실 그동안 저들은 법적으로 규정된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학교 교육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 속에서 창의력, 문제해결력, 협동심, 도덕개념 등을  기르는 것보다는 사교육으로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문제풀이형 성적 위주로 학교를 바꾸기 위해 줄기차게 노력해 왔고 실제로 그렇게 많이 바뀌었다. 이것이 대부분 강북인들에게 손해되는 일이라면 이것을 대다수 강북인들은 결코 용납해서는 안된다. '성적이 낮은데 대학입시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하지'라는 강요된 허위의식을 깨고, '내 자식과 당신의 자식이 평등한데 왜 내 자식이 손해를 봐야 하는가'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강남인의 내자식 사랑이 너무 지나쳐 우리나라 교육을 완전히 왜곡시키고 사교육비는 하늘을 찌르며 반면 대학의 경쟁력은 세계 꼴찌 수준이다. 이제 강북인의 내자식 사랑이 보다 큰 목소리로 일어나야 한다. 어쩌면 이것은 부과 교육 수준의 대물림을 깨고, 우리 교육을 참다운, 살아있는, 진짜 경쟁력 있는 교육으로 바로잡는 동력이 될 것이다.